매일신문

수사 매듭분위기 시각

검찰이 한보비리사건 수사를 사실상 종결했으나 정가에서는 배후 핵심인사에 대한 조사를 외면하고 충격을 줄이기 위한'짜맞추기식 축소'로 일관했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한보게이트의 핵심인물로 부상된 김현철씨는 조사조차 받지 않았으며 사법처리된 정치인들의 다수가 구색 맞추기식의 희생양이라며 반발하고 나섰기때문이다. 특히 최형우·김덕룡의원 등 민주계 실세들과 박관용의원,박재윤 전통상산업부장관 등의 의혹이 제기되며 검찰수사전부터 거론되던 인사들도 조사대상에서 빠져 버렸다.

이번 한보사건 수사 초반부터 의문이 제기된 것은 비리의혹을 받은 당사자들이 한결같이 정치적음모설을 지적했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는 이전에 전례가 드물다.

여권내에서 검찰소환 1호였던 홍인길의원은"자신은 깃털에 불과하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 놓았고 민주계 실세인 김덕룡의원은 "누군가의 장난이다"며 격렬히 저항했다.

또 재경위원장인 황병태의원은 검찰소환 직전 "구색갖추기가 아니냐"며 억울한 감정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한보철강에 수조원의 돈이 투입된 94년, 95년에 중국대사로 재임중이었는데 어떻게 국내의 은행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면서"재경위원장은 한보커넥션의 구색갖추기에 안성맞춤자리일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TK의 유일한 민주계대안'에대한 싹을 자르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정가일각에서는'유력무죄(有力無罪)','무력유죄(無力有罪)'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세력을갖고 있고 권력핵심층의 약점을 잡고 있는 김덕룡의원의 경우 정치음모설을 꺼내며 은근히 권부핵심층을 물고 들어가자 "없던 일"로 되어 버리지 않았겠느냐는 말들이 회자되고 있다. 물론 이전부터 최형우고문은 자신의 목에 칼날이 들어 올 때 YS에 충분히 대항을 할 인사로 분류된 바있다.

사실 검찰의 한보수사 초기에는 수사진행 방향을 놓고 갖가지 억측들이 난무했다. 수사진행의 기본을 깨고 수사시작부터 거물급에 속하는 홍인길의원과 권노갑의원의 이름이 튀어 나오고 뒤이어김덕룡의원의 이름마저 거론되면서 정가는 대혼란에 빠졌었다.

과연 어느 선으로 검찰수사가 진행되겠느냐, 또 이번 사건수사를 누가 주도하고 있느냐, 검찰이냐청와대냐 한보냐. 모언론의 보도는 어떻게 된 것이냐, 치밀한 각본대로 움직이느냐 아니면 통제되지 않은 상태냐를 놓고 유력한 정가관측통들 마저 종잡을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그러나 정가에서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다소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일단 수사진행이 청와대와 검찰수뇌부간 극히 한정된 인사들의 직교류를 통해 이뤄지고 있을 것이란 것이다. 또 이번 한보특혜 비리사건의 배후에는 김현철씨가 있다는 설이 확산되는 형국이었다. 그래서 수사가 중반을 넘어 가면서 검찰이 홍인길·황병태의원과 김우석 전내무장관선에서 마무리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정가에 나도는 한보특혜 비리사건은 14대 대선자금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이란 추측이 적지 않다.당시 한보그룹이 거액을 대선자금으로 바쳤고 이것을 발판으로 천문학적인 자금대출을 받았을 것이란 얘기다. 여기서 김현철씨는 물론 민주계 실세들이 연루되어 있을 것이란 짐작들이다. 그래서현정권내에서의 한보대출비리는 결국 김영삼대통령의 대선자금 비리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만약한보커넥션의 진상이 규명되면 정권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밖에 없기때문에 서둘러종결했다는분석도 만만찮다. 자민련이 이번에 상처를 입지 않은 것도 김종필총재가 당시 대선자금의 내역을조금이나마 지켜봤기 때문인 것이란 소문도 파다하다.

정국을 강타한 한보스캔들이 홍인길의원과 황병태의원 정도의 선에 대한 사법처리로 싱겁게 끝나고 특히 이들 두의원의 사법처리 사유도 한보그룹에 대한 본격 대출이 지나고 간 뒤인 96년의 비리들로 제한되고 있어 이같은 추측을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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