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黃長燁) 북한 노동당비서는 13일 공개된 '자필 석명서'를 통해 자신이 망명을 요청하게 된동기와 심경에 대해 밝혔다.
황비서는 먼저 자신의 망명요청동기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결국 우리민족을 불행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한 문제를 좀 더 넓은 범위에서 협의하고 싶은 심정에서 북을 떠나 남의 인사들과 협의해 보기로 결심하였다"고 말했다.
즉 자신의 이같은 행위가 북한내 권력투쟁에서 밀려나자 개인영달을 추구하거나 어떤 처벌에 대한 불이익 때문에 감행된 '도피행위'가 아니라 민족분단의 고통해소를 위한 원대한 포부를 가진'결단'임을 강조했다.
그는 '나는 내 운명에 대해서는 시대의 흐름에 맡기고 나의 행동의 평가는 력사에 맡기려고 한다', '나는 어느 편에 서서 한몫 하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다', '가능하면 마지막 순간까지 남과 북의 화해와 통일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비장함과 자신의 결단의 순수성을 거듭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행위가 충동적이고 돌발적인 '미친 행위'로 비쳐지고 가족들에게 더없는 고통을 안길 것에 대한 괴로운 심경을 솔직히 나타내기도 했다.
이어 그는 남한사회와 북한체제의 양쪽 모두의 문제점을 지적, 남북한 대결정책만을 추구하고 있는 북한권력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남한사회에 대해서도 깨우침을 주기 위한 것임을 내비쳤다.그는 "민족이 분열된 지 반세기가 넘었는데 조국을 통일한다고 떠들면서도 서로 적으로 간주하고있으며 심지어 상대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떠들고 있으니 이것을 어떻게 제정신을 가진 사람의 행동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라고 남북한간의 대결정책, 특히 북한의 대남 강경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또 로동자 농민들이 굶주리고 있는데 로동자 농민을 위한 리상사회를 건설하였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어떻게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라고 북한지도층의 무책임함을 꼬집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그는 민족적인 차원에서 북한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남한의 근본적인 고통분담 노력의 미흡함, 특히 일부 운동권의 시위에 대해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민족의 적지 않은 부분이 굶주리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이 시위만 벌이고 있는사람들의 생각도 저로서는 리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자신을 '정치에서 실패한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다시말해 '사회주의 이상사회'건설을 위해 평생을 바쳤건만 결국 굶주리는 북한주민만을 양산했다는 자괴감과 함께 더이상 북한주민들의 참상을 방기할 경우 역사에 죄를 짓는다는 '노(老)사상가'의 고뇌의 심경을 내비친 셈이다.
그러나 주목되는 것은 심각한 식량난과 권력승계지연 등으로 인한 북한체제의 위기설에도 불구하고 그는 북한체제를 공개 비난하지는 않았으며 북한의 조기붕괴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피력했다는 점이다.
그는 "조선로동당과 그 령도자들에 대해서는 감사의 정이 있을 뿐 사소한 다른의견도 없다"면서"또 지금 공화국이 경제적으로 좀 난관을 겪고 있다하지만 정치적으로 잘 단결되어 있기 때문에공화국이 붕괴될 위험성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한국망명으로 인해 피해를 입게될 일본과 중국의 벗들에 대해 폐를 끼치게 된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표현하며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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