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의 경상수지 적자, 외채규모 세계 제4위, 기업들의 연쇄부도, 꼬리를 무는 각종 부정부패사건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한국호(韓國號)의 침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90년전 국권을 찾겠다며 이땅에서 들불처럼 타오른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을 다시 지필 수는 없는가. 대구에서 시작된 최초의 민중애국운동인 국채보상운동 90주년을 맞아 역사적 의의와 오늘날 지역경제에 던져주는 의미 등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지금으로부터 90년전인 1907년 2월21일. 담배를 끊어 모은 돈으로 나라의 빚을 갚아 국권을 회복하자는 국채보상운동이 발화된 기념비적인 날이다.
당시 시대상황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화하려는 을사조약(1905년)이 체결된데다 헤이그밀사사건으로 고종이 일본에 의해 강제 퇴위당하는등 국운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더구나 민족경제를 파탄시켜 식민상태로 만들려는 일본의 교묘한 차관(借款) 공세로 당시 대한제국 정부는 일본에 당시 돈으로 1천3백만원(圓)의 부채를 지고있었다. 이는 1907년 대한제국 정부의 1년 세입예산(1천3백18만여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액수였다.
경제력 면에서 단순비교는 무리가 있겠지만 외채가 많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사정은 제2의 국채보상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총외채는 1천1백억달러(96년말 현재)로 95조원에 이른다. 올해 정부예산 71조원을 웃도는 수치. 국채보상운동의 의미가 90년의 세월을 단숨에뛰어넘어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채보상운동을 주창한 서상돈(徐相敦·대구상공회의소의 전신인 대구민의소 부회장)선생은 나라도 못갚는 엄청난 빚을 국민이 담배를 끊어 모은 돈으로 갚자고 했다.
2천만 민중이 석달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고 한달에 담뱃값 20전씩만 모으면 국채를 갚을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가치로 환산한다면 성인 한명의 월평균 담뱃값을 3만원으로 잡았을때 1조8천억원(3만원×3개월×2천만명)을 거두자는 것이다.
1907년 2월21일 대구 북문 밖 칠성리(현 대구시민회관 자리)에서 처음 열린 국채보상대회에는 수백명의 대구시민들이 모였다. 시민들의 호응이 줄을 이었다.
나라의 빚을 갚아 독립자존을 이루자는데는 남녀노소가 없었다. 시장상인, 장애인, 걸인, 6세 소년, 82세노인이 씨알같은 돈을 쾌척했으며 기녀도 1백원이라는 거금을 선뜻 내놓았다. 여성들이은반지를 빼어 헌납했고 반찬을 줄여 돈을 모으자는 '감찬부인회'도 생겼다.
대한매일신보, 황성신문 등 민족지가 이를 대서특필하면서 운동은 삼천리 방방곡곡으로 번져나갔다. 국채보상운동은 일제의 강압과 방해공작으로 운동 시작 1년6개월만에 좌절됐지만 훗날 3·1운동, 물산장려운동의 서막을 열었다.
지금이야말로 나라가 위태로울때 국민이 나서야 한다는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을 계승해 미완으로끝난 이 운동의 결실을 맺어야 할 때다.
현재 우리나라의 96년 경상수지 적자는 2백37억달러로 세계 2위를 기록하고있다. 외채규모도 세계 4위인데다 그 증가폭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수출부진이 가장 큰 요인이지만 '샴페인을 일찍터뜨린' 우리의 씀씀이가 그만큼 헤퍼진 탓이다.
지역경제는 어떠한가. 주력산업인 섬유와 주택건설업이 최악의 불경기를 겪으며 지역 경제는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있다. 부도율은 0.5%%로 전국 평균보다 3배나 높으며 중소기업 평균정상조업률도 전국평균보다 14%% 낮은 70.5%%에 불과하다(96년 12월말 현재).
대구상공회의소, 대은경제연구소 등 각종 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올해 경제전망도 한결같이 어둡기그지없다.
이와관련 대구상의와 대구시는 국채보상운동 90주년을 맞아 기념비 제막, 심포지움 개최 등 각종기념행사를 준비하는등 역사적 의의를 재조명하고 그 정신을 오늘에 계승하는 분위기를 조성할예정이다.
국채보상운동 국제심포지움 개최를 준비중인 김영호 경북대교수(경제사)는 "국채보상운동 정신의명맥을 이어받아 되살려 오늘날의 경제위기는 물론 한국병을 치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金海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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