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2-南北危機와 亡命묵인시사

중국 북경에서 일어난 황장엽비서 망명사건은 남북한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전면 외교전으로 치달았으나 가까스로 진정국면으로 접어 들고 있다. 북한은 최근 종전까지 견지해온 완강한 태도를바꿔 '그가 망명을 추구했다면 변절을 의미하므로 변절자는 갈테면 가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힘으로써 좀처럼 풀릴것 같지 않던 매듭이 풀릴 전망이다.

북한은 한국정부가 황비서의 망명요청 사실을 공식 발표한 지난 12일부터 마치 불맞은 범처럼 "황비서의 신병이 한국으로 옮겨질 경우 군사적 보복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그들은 3백여명의 특공대를 열차와 항공편으로 북경으로 보내 주중(駐中)한국대사관 영사부 건물을 에워싸고 24시간 감시와 아울러 망명육로를 차단했었다.

이외에도 북한은 15년전에 탈북, 현재 남한에 살고있는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의 조카 이한영씨를사건 3일만에 표적테러를 감행하여 '천배 만배 보복'의 시작임을 알리기도 했다. 이와같이 초강경자세로 맞서던 북한이 하루 아침에 감시특공대를 철수시키면서 '망명'을 '현실'로 인정하는듯한태도를 보인 것은 그들 나름대로의 치밀한 계산에 의한 해답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세계 어느 나라보다 실리감각이 뛰어난 북한은 변절자를 이미 '건너간 물'로 보고 더이상 연연해봤자 소득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듯 하다. 왜냐하면 황비서 스스로가 '한국 아니면 죽음'이라고 분명히 말했고 국제관례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통적 우호관계에 있는 중국이강수를 두는 북한때문에 더욱 곤경스러워질 것이 뻔한데다 미국과 일본이 이미 황비서의 의도대로 한국쪽 손을 들어주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하다.

북한은 황비서의 망명파장이 그들의 체제에 큰 충격파가 될 것을 예견하면서 미리 변절자로 몰아체제와는 상관없는 개인의 부도덕성을 부각시켜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희석시킬 의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한발 후퇴는 앞으로 두발 전진을 걱정하지 않으면 안된다.북한은 황비서의 망명을 인정하더라도 절대로 패잔병처럼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반드시 무슨 꼬투리를 달아 요구를 하든지 아니면 제2 제3의 테러를 준비할 것이다.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태이다. 북한은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없는 집단이다.정부는 황비서의 망명사건이 성공적으로 끝나더라도 들뜨지 말고 오히려 대북 대비태세에 전력을경주해야 한다. 대북정책은 분명한 선을 그어두고 추진해야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황비서망명등을 대선(大選)을 의식한 당리당략으로 이용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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