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장엽망명-영사관 주변 스케치

○…황장엽(黃長燁) 망명 사건이후 금방이라도 일이 터질듯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북경주재한국 영사관주변은 북한의 망명 용인설이 흘러나오면서부터 눈에 띄게 긴장이 완화된 모습.지난 12일 황과 그의 비서가 한국 영사관에서 망명을 요청한 이후 주변을 24시간 감시해오던 북한의 외교 차량과 요원들도 전날 정오께 갑자기 자취를 감춘 뒤여서 더욱 조용한 분위기.또 영사관 건물로 향하는 모든 통로를 차단한 채 장갑차까지 동원, 물샐틈없는 경비를 서던 중국의 무장경관들도 그동안의 굳은 표정과는 달리 동료및 행인들과 잡담을 즐기는 등 사뭇 여유있는표정들.

○…황장엽 등 2명이 머물고 있는 북경의 한국 영사관은 그동안 중국 정부에는 골치아픈 곳이었지만 근처에 사는 평범한 중국인들에게는 좀처럼 보기 드문 볼거리를 제공하는 새로운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17일 밤에는 일단의 중국인들이 영사관 주변에 펼쳐진 공안당국의 철책 밖 이곳저곳에 모여들어건물안에 있는 북한측 핵심인사들의 향후 거취등에 관해 수군대는 모습.

자동차 엔진공장에서 일한다는 슈난(24)이라는 한 청년은 "어렸을 적에는 미국은 적이고 북한은우리편이라는 교육을 받았다"면서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한국이 우리에게 매우 유익한 이웃이되었다"며 믿어지지않는 표정을 짓기도.

○…북한의 김정일이 방송을 통해 "비겁자는 가라"며 황의 망명을 허용할 뜻을 시사한 것과 관련,이 방송을 청취한 도쿄 라디오 프레스의 한 관계자는 그의 발언은 북한 체제내의 고위관리들을겨냥한 것 같다고 분석.

편집담당인 사토 신야씨는 북한의 대다수 주민들은 황의 한국망명 요청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김정일의 이같은 발언은 다분히 경고성으로 보인다"고 풀이.○…미국이 대북한 쌀 원조를 단행할 뜻을 비춘 것은 미국이 4자회담 촉진 등을 위해 북한 당국과의 대화 채널을 열어놓기 위한 것으로 미국의 관측통들은 분석.

우드로우 윌슨 국제센터의 셀리그 해리슨 객원연구원은 "미국정부는 4자회담을 위해 북한과 연락관계를 계속 유지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미국은 이번 사건으로 북한을 끌어들이려는 기존정책에서 일탈하는 것을 원치않고 있다"고 설명.

〈북경·田東珪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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