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 소설속 여성상 재평가

시인 보들레르는 여성을 '오 동정녀들이여, 마귀들이여, 괴물들이여, 학대받는 자들이여…'라는 시구로 읊었다. 소설속의 여주인공들도 오랫동안 남성의 관점에 의해 묘사되거나 남성이 만들어 놓은 다양한 허상속에 갇혀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남성의 편견에 의한 잘못된 여성상을 짚어내고 남성 우월적인 세계관에 따라 그려진 여성의 모습을 부각시켜 이를 재평가한 여성불문학자들의 공동작업이 책으로 나왔다.

이화여대 불어교육과출신 불문학자 이용숙 김서경 김윤응 박혜경 주영경 최영호씨등이 함께 집필한 '프랑스 소설속의 여인들을 찾아서'(여성신문사 펴냄)에는 허상속에 갇혀 있는 왜곡된 여성상등 여성의 진정한 모습들이 드러난다. 20세기 프랑스 소설가 18명의 작품 22편에 대한 뒤집어 읽기의 결과다.

이들은 먼저 앙드레 말로의 '인간조건', 사르트르의 '철들 나이'등의 작품을 비난의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 소설들에서 여성들은 남자 주인공들의 배경으로 혹은 대상으로 설정돼 남성들 스스로의 삶의 궤적을 밝히는데 쓰이는 질료의 구실에 그치고 있다는게 이들의 분석. 이 인간조건은남성들만의 인간조건이며 이같은 상황에서 여성들은 남성이 규정하고 의도하고 바라보는대로 살아가는 타자화된 존재라고 보고 있다. 가족내에서도 여성은 배후의 그림자로, 배경으로 설정돼 익명과 침묵의 자리를 강요당하고 있고 여성스스로 작중에 살아있는 주체로 서지 못하는등 여성의현실이 이들 작품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제2의 성' '위기의 여자'등의 작품을 통해 여성주의자로 널리 알려진 시몬 드 보부아르가 과연 페미니스트 작가인가라는 의문도 제기한다. 그는 사르트르와의 관계유지에 병적으로 집착했고 여성이 처한 상황과 문제를 초월적 위치에서 꿰뚫어보는 남성적이며 우월한 존재로서 자신을 설정함으로써 이중적 심리상태를 보였다는 것. 필자들은이같은 사상적 한계가 그의 여러 작품에 일관되게 드러나고 있다며 여권주의자로서의 보부아르에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르 클레지오의 소설 '사막'의 랄라, 알랭 푸르니에의 유일한 소설 '대장 몬느'의 이본느, 문화비평서 성격이 짙은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소설 '사무라이'의 올가, 로맹 롤랑의 소설'매혹된 영혼'의 아넷트와 같은 여주인공들은 공통적으로 자기앞에 놓인 삶을 스스로 선택해 고통속에서도꿋꿋한 의지로 길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진정한 여성상을 제시하고 있다고 필자들은강조했다.

〈徐琮澈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