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화를 총지휘해온 최고지도자 등소평(鄧小平)이사망함으로써 중국은 이제 위대한 지도력으로 12억을 이끌어온 '위인'의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시대를 맞게 됐다.강택민(江澤民) 공산당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핵심으로 한 중국의 지도부에게는 무엇보다도 모택동 사망후 등소평이 구상하고 추진해온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의 계속적인 유지·발전이라는 짐이 가로놓여 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가 많은 당·정·군 원로들의 지원을 받고 대다수 지도자들이 21세기 중국의 장래를 좌우할 새로운 '신앙'으로 시장경제체제를 추진하고 있으나 사회주의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일부 보수파와 좌파는 언제 복병의 역할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동안 권력의 기반을 많이 굳혔다고는 하지만 등소평과 같은 카리스마를 갖지못한 강택민으로서는 사회주의 중국을 지탱해온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의 퇴색을 막아내야 하는 대과제도 안고 있다.등소평에 의해 자신의 대를 이을 최고지도자로 선택됐고 그의 후광으로 당총서기와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주석 등 3권을 한손에 쥔 강택민이지만 그가 극복해야할 도전은 이 정도에 그치지않는다.
반환을 앞두고 있는 홍콩과 마카오에서의 1국2체제 실험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도 그의짐이고 대만을 통일해야만 달성되는 '하나의 중국' 정책은 여러가지 현실적인 조건으로 그리 쉽지만은 않다.
특히 대만문제와 관련한 군부 등 강경파의 압력은 어려움을 한층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보인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양안간의 긴장해소와 경제협력의 확대를 어떻게 대만통일로까지 연결시키느냐하는 것은 강택민이 권좌에 있는 동안 풀어야 할 지상과업의 하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등소평의 후계체제가 국내적으로 해결해야 할 또 한가지 중대한 과제는 55개 소수민족의 분열과갈등을 조화롭게 하나로 묶어내고 시장경제의 발전으로 발호하고 있는 지방주의를 극복하는 일이다.
등소평이라는 큰 지도자 한사람이 죽었다 해서 단번에 중국이 혼란의 와중으로 빠져들 것이라거나 몇개 국가로 분열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그리 현실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다.그러나 실제적으로 신강(新疆)위구르자치구나 서장(西藏·티베트)자치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상당히 우려할만한 '분리독립'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심심치 않게 폭력사태가 벌어져 결코 마음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등소평 후계체제는 "강택민을 핵심으로한 당중앙의 집단지도체제"로 불리지만강택민이 각 분야에 걸쳐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기반을 강화, 현재는 거의 1인체제에 접근하고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때문에 오는 10월로 예정된 공산당 제15차 전국대표대회(15전대회)는 강택민이 명실상부하게최고지도자로 '등극'하는 한마당이 될 것으로 예상돼 왔으나 홍콩이 반환되는 것을 꼭 보고 죽겠다던 등소평이 4개월여를 더 넘기지 못하고 사망함으로써 그러한 예상은 빗나갈 수도 있게 됐다.일단 강택민의 후광으로 자리잡고 있던 등소평이 15전대 개최를 8개월이나 앞두고 사망한 것은거의 완성단계에 있던 새로운 권력구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는 수년간의 거시통제정책으로 인플레율이 낮아지고 물가가 안정되는등 '연착륙'이 실현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중국경제의 2대 근간인 국유기업의 개혁과 농업기반의 확충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유기업 문제를 포함한 반적인 경제구조 개혁 과정에서 실업자와 잉여노동력은 계속 증가하고있으며 지역간, 직종간 격차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이로 인해적지 않은 사회불안 요인이 잉태되고 있다.
당·정·군과 각급 국가기관의 부정·부패의 만연이라든가 날로 흉포화, 조직화되는 범죄의 창궐등 민심을 이반시키고 사회의 안정기반을 파괴하는 암증도 강택민체제의 기반을 위협하는 요소로손꼽히고 있다.
〈북경·田東珪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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