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특혜 대출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19일 관련자들에 대한 일괄 기소와 공식 수사결과발표가 이뤄짐으로써 수사착수 24일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번 검찰 수사는 한보 사건이 배후실체를 둘러싼 '깃털'논쟁을 불러 일으키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데 반해 배후 의혹과 함께 수사 형평성 시비등 많은 문제점을 남긴채 봉합됐다는 인상을주고 있다.
한보 사건은 지난달 23일 한보철강 부도가 공식 결정되자마자 정·재계를 중심으로 마치 기다렸다는듯 거액의 대출과정에 대한 의혹제기와 배후실체의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옴으로써 비롯됐다.
이번 사건은 △한보 비자금의 규모및 사용처 △'정태수'리스트의 실체 △청와대의 개입 여부에수사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게 사실.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에서 재계순위 14위였던 한보의 특혜 대출이 △정·관계 인사 5명 △전·현직 은행장 3명 △정태수총회장등 한보 관계자 2명등 모두 10명의 합작품이라고 일단 결론지었다.그러나 청와대 총무수석 재직시절 부터 10억원을 받아 챙긴 신한국당 홍인길의원을 포함, 이들10명이 대출외압과 국감 봐주기, 대출 커미션 등의 대가로 32억5천만원의 뇌물을 받아 '한보봐주기'에 나서 현재의 사태를 초래했다고는 믿기 어렵다.
지난 92년 수서사건과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사건을 거치면서 기적적인 재기의 기회를 노리던정씨가 한보 대출금과 사채등으로 조성한 비자금 2천1백36억원 가운데 수사를 통해 드러난 뇌물32억5천만원을 뺀 나머지 2백50억원의 사용처가 불분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씨의 전방위 로비 형태로 보아 문제의 2백50억원의 상당액수가 정·관계의 정치 자금및 '떡값'으로 쓰인 것으로 추정할 때 정씨의 돈을 받고 '비호세력'이 된 인사는 수도 없이 많을 것이나모두 면죄부를 받게 됐다.
검찰이 박재윤 전통산부 장관,한이헌 전청와대 경제수석등 관계의 배후 의혹 대상들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벌였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해 사법처리하지 않았다"고 밝힌점도 "정치인 보다는 직무와 직접 연관이 되는 관계의 민원이 은행에 더 큰 압력"이라는 금융계의 통설로 볼 때 납득이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때문에 검찰이 이번 사건을 구조적인 '권력형 비리'보다는 개인차원의 '부정부패사건'으로 몰아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비슷한 사안으로 거액을 수수한 정계 인사들 중 신한국당 홍인길, 황병태의원에겐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된 반면, 국민회의 권노갑의원에 대해 훨씬 무거운 형벌이 내려지는 특가법상의 뇌물수수혐의가 적용된 점은 향후 법정 논란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검찰 스스로 밝히듯 사전 내사부족으로 정씨의 진술에 의존, 수사의 한계를 노출한 것도 문제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이미 증권가 주변에선 '한보 부도'를 예고하는 구체적인 근거와 배경이 '설'이란이름으로 나돌았는데도 검찰이 한보사태를 예견치 못한 채 내사부족을 탓하고 있는 것은 마치 '뜨거운 감자'를 회피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한편 정·관계 배후실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부진한데는 정치자금법 자체의 입법미비도 한몫했다.
정치인 개인과 정식등록이 안된 후원자 개인간의 정치자금 명목의 금품수수 행위는 액수 제한은고사하고 위법행위가 안되도록 한 정치자금법은 의원의 금품수수행위를 치외법권지대에서 무제한허용, 정경간 부패 고리를 양성하고 있어 향후 시급한 개선책이 요구되고 있다.또 금융계의 자율로 이뤄질 대출문제에 문민정부 출범 이후에도 정·관의 입김이 작용했던 점도개선해야할 과제로 대두됐다.
재계 관계자들은 "역대 어느 정부든 금융자율화를 외치지 않은 정권이 없었지만 실세 한사람의청탁으로 불가능하다던 대출이 즉각 이뤄진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며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관리가 있고 정치인의 영향력이 미치는한 자율은 요원한 얘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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