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2-檢察수사 핵심의혹 남았다

한보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발표 내용은 역시 예상했던대로 알맹이가 빠진 짜맞추기식의 축소수사였지만 막상 그 뚜껑이 열리자 문민정부의 기치였던 4년간의 개혁작업이 이사건으로 일거에 물거품이 된 느낌을 준다.

그동안 큰 사건이 터질때마다 보여준 검찰수사가 이번에도 역시 한계가 있었음을 발표내용 곳곳에서 읽을 수 있었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이제 건국이래 최대의 정경유착에 의한 금융비리사건은 법원으로 넘겨졌고 국회의 국정조사과정을 남겨뒀지만 이 사건에서 노출된 검찰수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문민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로 이어지면서 어떤 형태로 뭉쳐져 표출될지 예측할 수 없다.

우선 5조원이라는 대출금이 나가게한 배후의 주범은 홍인길의원이었고 종범으로 황병태·정재철·권노갑의원등으로 설명하고 있는 점부터가 의혹을 사고 있다. 홍의원의 전력이 김영삼대통령의야당시절 집사역할을 했고 정권을 잡은 후엔 역시 청와대 살림을 사는 총무수석을 지낸후 15대국회에 진출한 초선의원이었다. 말하자면 장학로 전청와대 부속실장보다는 윗선의 대통령 실세측근이었던 그가 국가경제를 파탄에 빠뜨리게 할만큼 정·관·재계를 떡주무르듯 한 장본인이었다는 얘기가 과연 상식적으로 이해될수 있느냐가 이번 의혹의 가장 큰 핵심이다. 물론 초기 은행대출은 한보철강이 포철처럼 국가기간산업으로 수익성이 클것으로 판단한 산업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 자체판단이었다는 검찰의 설명은 외압의 실세인 홍의원의 거창한 위세를 누그러뜨려놓으려 애쓴 느낌을 주지만 이 대목이 바로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세간의 여론 추이를 보고그에 맞게 그럴듯하게 짜맞췄다는 인상을 준 셈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홍의원은 한보의 자금사정이 어려울때 외압으로 작용한 배후였다는 점을 굳이 강조하면서 95년 1월이전 청와대 총무수석시절까지 외압의 실체로 그 역할을 소급시키고 있다. 이는 더이상의 외압의 실체는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또 한보에 은행대출이 집중된 배경설명이 없다는 지적에 대한 해명으로 홍의원을 은근히 그 자리에 대입시키려는 의도도 다분히 엿보인다.

사실이 이렇다면 청와대 경제수석이나 그 이상의 실세가 개입했다면 50조의 대출도 가능했다는말이 아닌가. 문민정부 개혁의 허구성과 도덕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준, 대통령으로선 뼈아픈 일이기도 하다. 한보철강의 부지매립에서 코레스공법도입을 거쳐 대출에 이르기까지 청와대관계자나정부당국자들은 '맨입'으로 행정논리에 의해서만 편의를 봐줬다는 사실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비자금 2백50억원이 정관계 인사들의 떡값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는 의혹도 앞으로엄청난 파장을 초래할 뇌관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의혹과 의혹이 중첩된 이 사건을 명쾌하게 밝히지 않는한 문민정부의 국정수행이 원활할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의혹은 언젠가 풀리기 마련이고 그 연루자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사실은역사가 증명하고 있음을 정부당국자는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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