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 공동설명회 참석결정 의미

두 차례의 거듭된 연기 끝에 북한이 공동설명회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것은 북한의 4자회담 본회의 참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황장엽비서의 망명 사건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공동설명회를 수용한 것은 북한이 식량문제로 매우다급한 처지에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대북식량 지원 카드를 적절히 이용하는 경우 한반도 평화협정 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

북한의 4자회담 공동설명회 참석 발표를 계기로 미국이 판단하고 있는 3단논법은 이렇게 요약될수 있다.

특히 북한의 공동설명회 참석 발표가 미국과 한국의 식량원조 제공 발표 직후에 나왔다는 점은북한이 4자회담 참석을 식량원조와 직접 연계시키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올해식량 부족분이 2천3백만t에 달해 자체 식량조달 능력이 필요량의 절반에 불과한 심각한 상황인데다 식량사정이 1년 중 가장 어려운 춘궁기가 다가옴에 따라 식량원조를 받기 위한 유일한 돌파구로 4자회담에의 참석 의사를 밝히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따라서 미국은 내달 5일 공동설명회를통해 식량원조를 받기 위해서는 4자회담에 참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이어 속개되는 북미간 준고위급회담에서 양자간 현안인 미군유해 송환문제, 미사일문제, 상호연락사무소 개설 문제등에서 북한측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 선점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미국측은 '북한을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진정한 당사자는 한국'이라는 점을 집중 설득해 이번 설명회를 계기로 남북대화 재개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평화협정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한 당사자 간의 대화에 자연스럽게 물꼬가 트이게 된다는 계산이다.이는 그동안 미국이 강조해왔듯 현재의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문제는 미북간의 협상을 통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남북한 당사자 사이의 협의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에도 부응하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4자회담 성사로 가는 과정에서대목 대목마다 식량지원을 요구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어느 시점에서 얼만큼을 줄 것인가를 두고당분간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워싱턴 외교관측통들은 그 줄다리기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북한의 식량사정이 그만큼 급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특히 관측통들은 북한이 황장엽이라는 최고위층의 망명사건에도 불구하고 예상과 달리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앞으로 대북한관계에서 웬만한 돌출변수는 별 충격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분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4자회담 참석을 발표할 때까지의 '시간표'가 어느정도 예측 가능해졌다는진단을 내리고 있다는 것. 이와관련해 워싱턴의 고위 한국당국자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 북한이공동설명회 참석을 발표한 것은 일단 4자회담 본회담 성사까지 갈 수 있는 큰 물줄기가 잡힌 계기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공훈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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