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삼정부 4년-경제개혁

문민정부는 출범초기에 야심적인 '신경제 5개년계획'을 내놓았다.

'경제성장률은 93년에 6%%를 기록하고 이후 계속 7%%를 유지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95년부터 3%%대로 낮아진다. 경상수지는 94년에 균형을 이루고 이후엔 흑자기조로 전환된다'는 장밋빛넘치는 청사진도 제시됐다.

국민의 참여와 창의를 바탕으로 우리 경제를 선진 경제권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경제구조와 체질을 강화하겠다는 신바람 경제계획에 국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정부의 일방적인 지시와통제에 의해 지탱해 온 권위주의적 경제체질이 개선되고 일한 만큼 보상받는 경제정의가 확립될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임기 만료 1년을 앞둔 지금의 형편은 너무나 참담하다.

경제성장률은 끝없이 추락해 4%%대로 떨어질 전망이고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겨우 4·5%%선을방어하는데 그쳤다. 경상수지는 흑자전환은 고사하고 지난해 무려 2백37억달러라는 천문학적 수치의 적자를 기록,총외채도 1천억달러(순외채2백43억달러)를 넘었다. 신경제 계획대로라면 지난해경상수지 21억달러 흑자에 순외채는 60억달러 수준이어야 한다.

결국 세마리 토끼중 한마리도 잡지 못한 채 벼랑끝에 매달린 최악의 경제난국에 처한 것이다.그동안 경제개혁 조치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실제로 문민정부는 출범 첫해부터 과거 정권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했던 메가톤급 경제개혁 조치를 단행해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93년 최대의 경제개혁으로 꼽히는 금융실명제를 단행, 금융거래 정상화와 조세형평의 달성이라는경제적 효과및 부정부패와 사회부조리를 제거한다는 경제외적 효과도 겨냥했다. 이어 95년에는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부동산실명제를 실시했다.

또 경제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경쟁의 촉진을 추구했고 재정·금융·세제 분야에서의 각종 제도개혁도 활발히 추진했다.

지난해에는 대외적으로 OECD가입을 실현시킴으로써 경제선진화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노동관계법의 개정을 통해 노사관계 선진화를 추구하기도 했다.

문민정부가 이처럼 경제전반에 걸쳐 낡은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고 경제체질을 바꾸기 위해 일련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왜 이런가.

우선 신경제 5개년계획에서 전망한 주요 경제지표는 실정과 엄청난 괴리가 있었다. 다시말해 구호성 수치를 정책으로 포장한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 각종 경제개혁 조치들이 경제현장의 효율성 등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과시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진 데 원인이 있다. 의욕만을 앞세운 나머지 충분한 준비와 사후대책없이 '깜짝쇼'같은 연출만서둘렀다는 얘기다. 그동안 줄기차게 외쳐왔던 경제행정 규제완화도 기업환경면에서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높은 실정이다.

우리 경제가 90년대에 접어들면서 거품이 빠지면서 나빠질 조짐은 벌써부터 있었다고 전문가들은지적한다. 그런데도 단순한 경기순환론에 의한 하강국면이라며 대책없이 방치한 정책입안자들의안이한 대응자세나 일련의 개혁조치 후퇴도 빼놓을 수 없는 실책으로 꼽힌다.

문민정부가 최대의 경제치적으로 내세우는 금융실명제는 차명거래를 합법화해 이미 구멍이 뚫린형편이고 자금의 선순환을 위한 이론이었지만 정치논리가 앞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날치기처리 등에서도 변질된 개혁정신은 여실히 드러났다.이제 김대통령으로서는 남은 1년동안 많은 것을 추스려야 한다.

민심이 등을 돌리고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태에서 경제가 잘 될것으로 기대할 수는없다. 위기의 경제현실에 대한 실정을 인정하고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섣부른 처방보다는 경제의 안정적 기반조성을 위한 알찬 마무리를 생각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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