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마피아. 현 정권에서 성골대접을 받는 부산경남 출신들을 일컫는 말이다. 6공화국 시절 온 나라를 전단한다던 대구경북, 특히 경북고출신을 지칭하는 TK마피아의 '후배'다.마피아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뒷골목 건달집단 같은 배타성을 특징으로 한다. 집단내부적으로는 결속과 단결이 미화와 선망의 대상이지만 집단밖에서 보면 질시와 경멸거리일 뿐이다.이 안에서는 부패와 비리도 감추어지고 각종 인사·이권청탁은 다반사로 벌어진다. 계통을 밟고올라가다가는 몇날을 새울 정도의 시간과 비용이 들 일도 이 패거리의 구성원이라면 반나절에 식은죽먹기로 성사된다.
패거리문화는 정치권 뿐만아니라 관계와 금융계, 재계는 물론 학계와 학생사회까지도 주도적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우선 정치권에서 패거리문화의 폐해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학연과 지연집단 말고도3김정치 아래서 성장한 가신이라는 패거리가 기승을 부린다. 3김씨가 지배하는 우리 정치판에서는 이 집단 출신이 아니면 별 힘을 쓰지 못한다. 오직 그 집 밥을 얼마나 오래 먹었느냐 만이 고려대상이다. 신한국당의 김광원의원은 "가신과 같은 식객부양을 위해서도 검은 돈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며 정치권부패의 한 원인을 가신정치에서 찾고 있다.
혹여 누군가가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가는 정치생명은 끝이다. 보스(3김씨)에 대한 불충(不忠)은곧 공천탈락으로 귀결된다. 실제로 14대국회에서 맹활약한 스타급의원 30명 가운데 60%%가 15대총선에서 낙선했다. 물론 보스에게 밉보였기 때문이었다.
온 나라를 들끓게 한 한보비리도 측근과 가신중심 정치의 폐해를 극명하게 노출시킨 좋은 예다.그들은 집단이익 보호를 모든 가치에 우선시 한다. 나라도 국민도 그리고 소속정당도 안중에 없다.
한 때 대통령을 필두로 청와대비서실장 법무장관 검찰총장 내무장관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국가권력의 핵심은 모두 PK몫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최근 서정화내무장관의 발탁도 김대통령의 중학교후배라는 점이 고려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같은 시중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김대통령은 25일 대국민담화에서도 '광범위한'인재발탁을 통한 인사개혁을 다짐했다. 이전까지 인사가 대통령의가신과 측근, 고향사람 등이 주요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지지 못했음의 반증이다.이럴진대 야당에서 대통령 아들도 동창을 요직에 앉히고 인사와 이권에 깊이 개입했다는 일관된주장이 나오고 국민들은 이를 그대로 믿고 있다. 한보의 김현철배후설도 이를 근거로 하고 있다.관료사회도 패거리문화에서 예외는 아니다. PK마피아 만이 아니라 K1(경기고), K2(경복고)마피아도 횡행한다. 이들은 벌써 연말대선을 내다보고 특정후보에 대한 줄서기에 나서고 있다.K1출신의 한 법조인은 관료집단에 만연한 패거리문화의 한 단면을 "지난 연말 동문회에 나가보니 법조계 관계는 물론 재계인사들까지 특정인 대통령만들기에 돌입했음을 알 수 있었다. 요즘동창들끼리 공공연하게 우리 학교에서 대통령을 내야 한다는 말이 오고 간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재계와 금융계 역시 마찬가지다. 몇 해전 지역의 한 은행에서 두 특정학교 출신들끼리 행장자리를 놓고 암투를 벌인 사례는 지금도 지역사회에서 패거리문화의 병폐로 자주 회자되고 있다.또 최근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선거에서도 향우회 동문회가 작용하는 외에 업종별 집단의 이해까지 개입돼 있다. 중병에 걸린 지역경제는 뒤로 하고 "나하고 같은 고향인, 나하고 같은 학교를 나온, 또 나하고 같은 사업을 하는 누가 돼야 한다"는 집단이기주의가 난무한다.행정관서도 나을 것은 없다. 현재 대구시청내 공무원들 사이에 조직돼 있는 동창회 향우회등 각종 모임은 친목계를 포함해 40여개에 이른다. 평소에 친목을 도모하다가도 인사철이 되면 청탁의연결고리로 작용한다. 대구시경찰청의 한 간부는 "시장과 시의회등 선출직의 수가 늘어감에 따라각종 연줄을 매개로 한 사조직의 영향력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학계에서도 학연과 지연 등 각종 연줄의 벽은 두텁기만 하다. 경북대 최모교수는 "일부대학에서는 학문적 업적보다는 재단과의 연줄과 고참교수들과의 학맥이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며"기존 교수들도 출신학교의 후배들을 임용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토로했다. 특정학교 특정학과 출신이 일정비율을 넘지 못하게 한 경북대의 규정은 이런 병폐의 심각성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 구석구석 깊이 뿌리내린 패거리문화 내지 집단주의 경향과 관련, 대구교대의 송춘영교수는 "역사적 유례가 깊은 우리사회의 한 단면일 수 있으며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모든 것에 우선하여 학연 지연 혈연이 지나치게 강조돼서는 사회발전의 걸림돌일 수 밖에 없으며 특히 정치나 인사에서 그 폐해는 두드러지고 있다"며 사회 각분야에서의 인물본위 능력본위주의의 정착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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