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朴正熙)대통령시절 어느날. 왜관(倭館)에 있는 대통령 친척이 김인(金仁) 경북지사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내용은 각종청탁과 함께 자기에 대한 배려의 부탁이었다. 이 편지는 즉각 청와대에 보고되고 각기관에서는 난리가 났다. 특히 관할 칠곡(漆谷)경찰서는 비상이 걸렸다. 경찰서장은 박대통령 친척집으로 달려가 비는 수 밖에 없었다. "어르신네 제발 저를 생각해서라도 딴생각을 말아 주십사"고. 당시 칠곡경찰서관내는 이 친척말고도 대통령친척이 많이 살고 있었다.칠곡경찰서장의 임무는 이들을 관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큰 일이었다. 매일아침 저녁 이들의 동태를 살피며 문안인사를 하고 행여나 있을 엉뚱한 행동에 대비해야 했었다. 대통령친척의 관리가이렇게 철저하다보니 행동은 못하고 편지로 대행한 것이다. 대통령생가에도 경찰관을 상시 배치,대통령의 친형에 대한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 것도 외부의 청탁과 신변안전을 생각했을 것이다.당시 경찰서장은 "내가 관내 치안책임자인지 대통령 친인척관리자인지를 착각할 정도였다"고 했다. 이미 고인이 된 당시 경찰서장의 얘기가 새삼스레 떠오른 것은 어저께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말씀을 들으면서 賈コ 안타깝고 부끄러운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한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체통도 멀리한채 아들의 일로 오죽하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로"매사에 조심하고 바르게 처신하도록 가르치지 못한것 제 자신의 불찰"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되었겠는가.
**제동걸어준 보좌진 없어
자기의 친인척이 시골의 면장만 되어도 우쭐해지는게 인간의 마음이다. 하물며 아버지가 한나라의 대통령이 되었는데 우쭐해지는 마음이야 충분히 납득이 간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더욱처신을 조심해야하는 것이 당연하다. 대통령을 직접 만날수 없는 정상배들은 자연히 대통령의 친인척에게 몰려들고 이름까지 팔아가며 각종 이권에 개입하려 한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자제를 포함한 친인척 본인의 올바른 처신도 필요하지만 물리력에 의한 강제적인 관리도 필요한 것이다.대통령은 물론 보좌진의 관심과 도움이 없으면 이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박대통령시절의 친인척관리는 가혹하리만큼 철저했던 반면 전두환(全斗煥)대통령은 느슨한 인척관리로 퇴임후에 줄줄이 묶여가는 비극적인 사태를 맛봐야했다.
우리나라 역사를 통해서도 멀리는 고려말과 조선시대 붕당정치, 친인척의 세도정치로 인한 폐해,가깝게는 이승만(李承晩)대통령의 양자인 이강석(李康石)씨의 전횡으로 인한 민심이반현상과 전대통령 형제들의 각종 이권개입으로 불행을 겪은 것을 현정부가 모를리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이 지경까지 이른데는 대통령과 아들을 제외하고도 대통령 보좌진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고 하겠다. 대통령 취임이후 4년동안 공직에 임명된 일이 없으며 국민들로부터 선출된 적도 없는 대통령아들의 이름이 계속 구설수에 올랐으나 대통령을 보필하는 고위공직자 누구하나 대책을 건의한적이 없었기에 이런 사태까지 간 것이다.
**국사망치는 愚 다시 없도록
이번 대통령의 담화는 시기적으로 실기(失機)를 했으며 너무 늦었다. 그러나 퇴임후의 재론과 현철(賢哲)씨의 장래를 위해서도 이 문제는 밝혀야 한다. 검찰출신 재야 한 변호사는 말한다. "검찰의 대통령아들 부분에 대한 수사는 불가능하다"고. 검찰의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기대하기 어려우며 수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의혹만 더욱 살 뿐이다.
따라서 각종의혹과 시중에 떠도는 설에 대한 해소는 오직 대통령과 당사자의 결단에 달렸다. 그리고 진심으로 지금까지의 처신에 대한 반성과 대통령의 아들이 아닌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으로돌아오는 길 밖에 없다. 이를 계기로 정말로 앞으로는 권력을 등에 업고 발호하는 각종 비리가없어야 한다. 혈연과 가신에 얽혀 국사를 망치는 우(愚)가 또다시 생겨서는 안된다.대통령 친인척의 잘못이 현정부에서는 묻힐 수 있을지 모르나 다음정부가 들어서면 틀림없이 밝혀지는 것이다. 사법적조사가 불가능하다면 공개청문회를 통해서도 국민의 의혹을 풀어야 한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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