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집을 돌려다오" 상여 시위

26일 낮 12시 30분 대구시 중구 중앙네거리와 공평네거리 사이 거리에서 엉성한 상복을 차려입은한 무리의 사람들과 전경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상복을 입은 사람들은 대구시 달성군 옥포면 성지 한마음타운과 화원읍 한샘타운입주예정자 2백여명. 대구시청을 출발, 달성군청까지(8㎞) 가두행진을 벌이려던 주민들이 전경과 충돌까지 빚게된 것은 꽃상여 때문.

시청을 떠날 때만해도 시위 행렬에 없던 상여가 기습적으로 등장한 것은 가두행진에 나선 지 5분남짓 흐른 무렵. 주민들이 골목에 숨겨놓았던 상여를 갑자기 들고나오자 기습을 당한 꼴이 된 경찰은 당황했다. 버스를 태워 앞서 보냈던 전경들을 급히 불렀고 경찰 간부들은 시민 대표를 찾아나섰다.

상여를 멘 주민 행렬이 1백여m 쯤 전진하자, 뒤늦게 도착한 전경들이 주민들을 에워싼 뒤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상여를 뺏기지 않으려고 완강히 저항했다. 그러나 노인과 부녀자가 대부분인 대열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끝까지 상여를 붙잡고있던 일부 주민들도 곧 길바닥에 나뒹굴었다.

"악덕 기업주를 단죄하려는 장례식이 뭐가 잘못이냐. 내돈 내고 내집 한 채 마련하려는 것이 왜이렇게 힘든가. 내 집을 돌려다오!"

주민들의 아우성도 잠시 뿐. 꽃상여가 경찰트럭에 실려 사라졌다. 다시 대열을 정비한 주민들은두시간에 걸친 가두행진 끝에 달성군청에 도착, 마무리 집회를 한 뒤 해산했다.〈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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