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경-구미시 해평면 낙동강 제방 배후습지 파괴

"허어~ 밀림같던 숲이 마치 쓰레기매립장처럼 됐구나"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시 해평면금호리 낙동강 제방에선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유승원회장과 정재영 총무는 연신 장탄식을 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은 4만여평 규모의 제방내 배후습지에 형성된 버드나무 군락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모습을 보고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해평습지는 지난 95년 본사 낙동강 자연생태계 조사팀의 탐사결과 버드나무 군락이 거대한 숲을이룬 상태에서 5개의 소규모 늪에 일년생 부엽식물인 마름, 물수세미, 검정말, 며느리배꼽, 말조개등 각종 습지식물과 어패류가 서식,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진 곳.

이처럼 중요한 생태계가 '제방내에 하천 흐름을 막는 1m이상의 식물은 심지 못하며 재해예방 관리를 위해 지장물을 제거한다'는 하천법 규정에 따라 철저히 파괴됐다.

해평습지의 사례에서 보듯 국내하천 생태계는 합법적인 파괴의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보호대책이시급하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건설교통부가 맡고있는 하천 관리가 치수에 중점을 두고 있어 생태계를 방치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보고 보완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는 현재 사람과 생물이 어우러지는 자연을 만들기위한 '그린 네트워크'계획을 마련, 이를법제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하천에 대한 '그린 네트워크'계획은 국내 하천관리가 홍수예방 목적의 1단계 치수차원과, 물공급과 수질관리를 위한 2단계 이수(利水)차원을 지나 생태계를살리는 3단계 자연형 하천조성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스위스, 독일, 영국, 일본등은 하천의 콘크리트 직선제방을 최대한 배제하고 유선형의 하천형태를 살리면서 수변공간 식수, 돌등을 이용한 자연제방 조성, 주변 생태계 보전등 자연형 하천공법을 도입, 실시하고 있다.

이중 스위스는 하천관리에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연형 하천관리 기술이 발달한 대표적 국가이다. 스위스 취리히주는 50년대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으로 인해 하천과 호소가 심하게 오염되자 실개천 매립, 직선 콘크리트 제방등의 건설공법으로 하천관리에 나섰다. 이 결과 자연경관과동·식물에 대한 배려가 이뤄지지않아 막대한 자연 손실을 입게 됐다. 결국 80년대 중반 취리히주정부는 하천 재활성화 프로그램을 마련, 6백28개소 5백63㎞구간에 걸쳐 복개천을 다시 파내고직선제방을 자연형태로 조성하는등 하천생태계 복원사업을 벌여야만 했다.

이러한 자연형 하천관리는 홍수에 대비, 유속을 낮추기위해 폭을 넓혀야 하므로 토지가 더 소요되는가 하면 하천변 거주 주민들의 피해를 막기위해 구조적 안전성이 세심하게 고려되어야 하는특징을 지니고 있다.

류승원회장은 "치수와 이수위주의 하천법이 통용되고 하천 그린네트워크계획이 아직 법제화되지못하고 있는 현실은 국내 하천관리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며 "하천 생태계가 더이상 파괴되지 않으려면 하천관리제도가 한단계 더 진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金知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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