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이테크 문화유산-부석사 무량수전(10)

우리 문화유산 가운데는 천년의 세월이 흘러도 구조적인 으스러짐없이 온전한 자태를 유지하고있는 고건축물이 많다.

첨단공법을 동원하고 철근과 콘크리트를 사용해도 1백년이 못가는 집을 짓고있는 첨단시대 후손들에게 그 허술함을 꾸짖고 경박한(?) 기술에 대한 경고를 보내는 듯하다.

7백년이 넘은 건축물을 온전히 남김으로써 부실이 판치는 요즘, 선조들의 지혜에 숙연해지기까지한다.

우리 선조들은 첨단건축기술을 꽃피우고 있는 현대인들도 경탄하는 건축물을 남길정도로 과학적이고도 정교한 건축술을 가지고 있었다.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예산 수덕사 대웅전, 안동 봉정사 극락전 등이 대표적인 고건축물이다.이중에서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국보 제18호)은 지난 94년 건축가 2백여명을 대상으로 조사 한설문조사에서 가장 잘 지은 고건축물로 선정된 뛰어난 건물이다. 그만큼 건축적 사고가 풍부하고짜임새가 충실한 건물임을 반영한다.

무량수전은 고려 정종 9년(1043년) 원융국사가 부석사를 중창할때 지은 것으로 창건연대가 확인된 것 중 가장 오래된 건물. 정면 5칸에 측면 3칸의 팔작지붕이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구조와 외형이 단순하지만 그 구조와 아름다움은 특출하다. 꼭 필요한 것 외엔 수식이 가해지지 않았으나 기본 축조공법은 다 들어가 있어 튼튼하기 이를데 없다.무량수전의 지붕은 팔작지붕. 우진각지붕의 세모꼴 측면에 여덟 팔(八)자 모양을 덧붙여 마치 부챗살이 퍼지는 듯한 형상이다. 우진각지붕은 지붕의 앞면과 뒷면을 사람인(人)자 모양으로 배를맞댄 모양의 맞배지붕에다 지붕의 양측면을 삼각형모양으로 끌어내려 추녀가 4면에 고르게 만들어진 형식이다.

무량수전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배흘림기둥. 기둥이 아래에서 위로 곧바로 뻗어올라 간 수직형이아니라 가운데가 슬쩍 부풀어 탱탱한 팽창감을 느끼게 하고 윗부분을 좁게 마무리 한 기둥이다.배흘림기둥은 중앙부분을 좁게 보이게 하는 수직기둥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으로 시각·촉각까지고려했다. 곡선형 기둥은 안정감과 시각적 편안함까지 준다.

무게중심을 아래에 두고 가장 아름다운 모양을 취한 배흘림기둥은 기둥 밑부분 3분의 1 지점에가장 넓게 만들어 규모에 비해 훤칠한 느낌을 주고 있다.

목원대 이왕기 교수는 "고대건축가들은 오랜 경험칙에 따라 건물의 균형과 곡선의 탄력이 드러나는 아름다움을 함께 취하는 배흘림기둥을 적극 활용했다"고 말했다.

또 기둥바닥에 홈을 파서 백반을 넣었다. 이것은 습기많은 밑부분을 타고 기둥 위쪽으로 올라가썩음을 막고 방충효과를 노렸다.

무량수전 건축의 아름다움은 외관보다 내관에 잘 드러나 있다. 건물안의 천장을 막지않고 모든부재들을 노출시킴으로써 기둥, 들보, 서까래 등의 얼키설키 엮임이 리듬감을 주고 공간을 확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건축가 신영훈씨는 "길고 굵은 나무와 짧고 아기자기한 부재들이 중첩하면서 이루는 조화로운 구성은 선율과 율동감마저 느낀다"고 그 아름다움을 지적했다.

무량수전의 또다른 특징은 지붕과 기둥이 분절되지 않고 하나가 되는 구조미가 뛰어나다는 것.내부구조는 기둥위에 주두를 박아 첨차를 얹고 이를 두벌 세벌씩 출목을 많이 하여 아치형의 구조로 만들었다. 이것은 전체하중이 분산되도록 해 각 기둥이 최소한의 하중만 받도록 고려한 것이다.

뜬보형식의 받침보가 여러 층을 이루고 보의 측면방향에서 보아 위로 올라가면서 내부공간이 좁아지는 형태를 취했다.

건 물은 주두 밑에 헛 첨차를 두고 주두와 소로는 굽받침이 있으며 첨차 끝은 쇠서형으로 아름답게 곡선을 두어 장식적으로 표현하고 특히 측면에서 보아 도리와 도리사이에 우미량을 연결하여아름다운 가구를 보는 듯하다.

선조들은 터다지기에도 세심한 신경을 썼다. 초석놓는 부분은 초석넓이의 3~4배가량을 깊이파서작은 돌을 깔고 진흙과 회를 섞은 점토를 여러차례 올리는 판축기법을 도입했다. 이렇게 하면 전체 바닥면적을 다지지 않고도 튼튼한 기초를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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