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2시55분.
대백프라자 11층 오픈스튜디오에는 웃음과 박수가 요란하다.
"자, 웃음이 있는 사회, 노래가 있는 사회를 딱 55분간만 만들어봅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박수한번 쳐봅시다"
대구MBC라디오 '정영준의 노래세상' 생방송 10분전, 2백여명의 방청객들이 진행자 정영준씨의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준다. 노래자랑 예심을 1시간동안 치른 터라 10대에서 70대 할머니까지 표정이 모두 밝다. "방송 들어갑니다"란 PD의 말에 이어 "안녕하세요. '정영준의 노래세상'의 정영준입니다" 드디어 방송이 시작된 것이다.
언제부턴가 대구사람들도 방송을 대하는 것이 변했다. 마이크만 대면 벌벌 떨던 사람들이 이젠방송출연을 못해 안달이다. 정영준씨는 "요즘은 할말 안할말 다 한다"며 "마이크를 아예 뺏어야할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우리 생활에 방송이 많이 녹아들었다는 얘기다.
'대중문화가 고급문화를 구축(驅逐)한다'. 화려한 오락적요소로 인해 방송을 대중문화의 첨병이라고 한다. 그러나 방송이 한번 걸러진 쿨(Cool)매체라면 방송현장은 방청객들의 모든 감정들이 폭발하고 공유하고 또 자연스럽게 소개된다는 점에서 방송문화의 첨병 노릇을 한다.공개방송, 오픈 스튜디오등 방청객을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대구엔 4편이 있다(경북지역은방송녹화현장이 없음). MBC-TV '뮤직 드라이브', TBC '밤의 선율속으로', MBC라디오 '정영준의 노래세상', KBS라디오 '가요와 함께 김충진입니다'. MBC '권인하의 뮤직쇼'와 TBC '라이브카페'는 3월 3일 개편과 함께 '뮤직 드라이브'와 '밤의 선율속으로'로 바뀌었다. 매주 4천여명이이들 방송현장을 찾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또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이뤄지는 KBS 'TV정보센터'등 주부를 대상으로 한 아침 종합매거진 프로그램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대중문화속에 자리잡은 공개방송의 특징은 다른 대중문화에 비해 건강하고 밝다는 점이다. 밝은조명, 공개된 장소, 거기다 방송이 지닌 공익적인 요소로 인해 건강한 엔터테인먼트가 형성되는것이다.
매주 한번 이상은 방송현장을 찾는다는 김숙희씨(42·주부)는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면 일주일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풀린다"고 했다. 축제를 통한 카타르시스가 이뤄지는 곳이 바로방송현장인 것이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만남장소로, 먹고 마시는 스낵코너로, 또 계모임장소로도이용된다. 또 매거진 프로그램의 경우 대구의 예술인을 만나거나 건강상식, 민원안내, 재테크등실팍한 정보를 얻어가기도 한다.
남녀노소를 떠나 모두가 공유할수 있다는 것도 영화등 다른 대중문화와 달리 방송문화가 지닌 장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기연예인들을 맞대면 할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대구는 인기가수의 콘서트가 드문 편이다. 그래서 이들 프로그램에 인기가수가 출연한다는 소문이 나면 수천명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치기도 한다. MBC '권인하 뮤직쇼'에 인기가수 김종서가 출연했을때 5백명 수용하는 녹화현장에 1천5백명이 몰려 빗장을 치고 통제인원을 늘리는등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공개방송 음악프로그램의 PD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골수팬들의 갑작스런 행동. 꽃다발과 선물을 들고 무대로 곧장 '튀어' 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청객들의 좌석배치에도 신경을 쓴다.불미스런 사고로 인해 분기별로 공개방송 하던 대구MBC의 '별이 빛나는 밤에'경우엔 아예 공개방송 자체를 없앴다.
지역 공개방송프로그램이 모두 업소에서 이뤄지는 것이 하나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방송현장이모두 백화점등 상업시설들이다. TBC '라이브 카페'의 로케장소인 카페 모리슨은 이 방송이후 대구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특히 이들 공간들은 방송을 위해 만들어진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조명과 기술적인 부분등에서 열악하다.
대구에는 비교적 방청객 모집이 쉬운 편. 그러나 서울의 경우 번화가에 버스를 대놓고 엑스트라방청객을 모집하기도 한다. 그만큼 대구엔 접할수 있는 기회가 드문것이다.
사람들은 공개방송이 많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웅명TBC제작국장은 "방송은 정제된 대중문화를 형성한다"며 "간혹 열광적인 반응으로 인해 사고도 있지만 이러한 반응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고 많은 프로그램에서 소화돼야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제작비가 많이 든다는 것 때문에 그 수는 항상 3-4개에 그치고 있다. 인원도 배나 더 들고 크레인 카메라와 지미 집(카메라만 장착된 소형 크레인카메라)등 장비와기술적인 부분들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 인기스타의 섭외도 어렵다. 심지어 대구경북은 연예인의관심밖의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
그럼에도 몇몇 PD들은 끊임없이 공개음악방송의 제작을 주장하고 있다. 이젠 대중문화의 시대,그 대중문화를 방송이 선도, 건강하게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金重基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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