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현마을(대구시 수성구 고모동)에 각종 철새들이 둥지를 튼 것은 불과 10년전인 80년대 중반. 전국 곳곳의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보금자리를 잃은 철새들이번식지로서 천혜의 조건을 갖춘 팔현마을로 찾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팔현마을 일대는 철새들이 둥지를 틀기에 가장 적당한 소나무와 참나무숲이 우거진 야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또 은신처와 먹이를 제공해주는 금호강과 주변의 갈대숲,늪지대가 야산에서 불과 5백여m 떨어진 지점에 넓게 형성돼 있다.
철새 번식에 필요한 산란지와 은신처,먹이 제공 장소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것이다. 특히 40년간군사보호지역과 그린벨트로 묶여 개발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탓에 소음에 민감한 철새들에게는 더할수 없는 안식처.
하지만 팔현 마을도 최근 몇년사이 무차별적인 환경 파괴로 서서히 죽어가고있었다. 본사취재팀이 지난 2일부터 사흘동안 현장을 답사한 결과 팔현마을 일대는 각종 쓰레기 더미에 짓눌려 신음하고 있었다.
강주변에 넓게 펼쳐진 갈대숲은 3~4년 전부터 쌓이기 시작한 수백t의 건축 폐기물과 각종 생활쓰레기,폐타이어,깨진 빈병 등이 이미 거대한 쓰레기 하치장을 이루고 있었다.
"대형 덤프트럭들이 심야를 틈타 갈대숲에 건축폐기물 등 온갖 쓰레기를 버리고 달아나고 있어요. 지난해부터는 이런 불법 투기가 일주일에도 두세차례씩 눈에 띕니다" 주민 박노근씨(64)의 고발이다.
또한 쓰레기 더미에서 흘러나온 침출수로 늪지대가 썩고 있었으며 개간을 위해 주민들이 갈대숲을 태우는 모습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특히 전기를 이용, 새끼고기까지 싹쓸이하는 낚시꾼은 물론 5일 오전에는 철새사냥에 나선 밀렵꾼까지 볼 수 있었다. 팔현마을 앞 금호강은 갈대숲이 우거져 있어 몸을 숨기기 좋은데다 경부선철로가 강둑을 끼고 돌기 때문에 총소리가 열차소음에 묻혀버려 밀렵꾼들에게는 기막힌 사냥터가되고 있는 셈.
주민들은 "밀렵꾼들이 새벽이나 해질무렵 나타나 승용차안에서 철새를 향해 총을 쏜다"고 했다. "밀렵꾼과 거의 매일 추격전을 벌이지만 오토바이로 쫓아가봤자 승용차로 날라버리니 대책이 없어요" 또다시 철새들이 팔현 마을에서조차 쫓겨나게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현장이었다.팔현마을 일대는 지난해 수성구청에 의해 철새보호 지역으로 지정됐지만 보호지역에 대한 명확한 구역 설정도 없고, 밀렵꾼과 산업폐기물 불법투기에 대한 행정적인 단속도 전혀 없어 '어느날 갑자기 철새들이 보이지 않을까봐' 주민들은 벌써부터 걱정이었다.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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