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원을 그리고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인디언의 전통이다. 원은 자궁이며 우주이자 모든 생명체를 이끌어가는 힘의 상징이다. 선진국의 정부가 피라미드식으로 또 사회구조는 다단계 계층별로 구성되어 있으나 인디언의 정부 형태는 원으로 이뤄져 있다. ▲우리는 상하와 계급이 필요없는 워크숍이나 세미나에서도 원탁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디언들은 항상 원을 고집한다. 원속에는 배움이 있다. 원에서는 의견은 있을 수 있어도 주장이 없다. 그리고 자기자신과 함께 있는법을 배운다. 자신과 함께 있지못하면 남과 함께 있지 못한다. ▲연전에 상연된 캐빈 코스트너주연의 '늑대와 함께 춤을'이란 영화속에도 주인공 던바중위가 인디언 수우족에 동화되어 가는 것도 원에서 출발한다. 원속에서는 장황한 이론은 필요없고 진실만 이야기하면 된다.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남을 속이는 연습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원속에 앉아도 진실을 말하기 어려울 뿐이다. ▲어제 뉴욕에서 열린 4자회담 설명회에 지난 53년 정전협정 체결이후 44년만에 남북대표들이 한자리에 앉았다. 인디언들처럼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가슴을 열고 얘기꽃을 피워보자고 했다. 그러나 북측 대표들은 겉으로는 부드러웠으나 속은 냉랭했고 보도진이 요구한 '남북의 악수'도 거절했다. ▲인디언 설화는 사람마다 여행할 길은 다르지만 고달픈 여행길에서 자기만이 가진 선물을나눠 갖는 일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가르친다. 원탁에게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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