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대륙이 큼지막하게 그려진 세계전도를 펴고 대륙의 중심부를 짚으면 그곳에 카자흐스탄이 있다. 그리고 극동에 우리나라가 있다.
먼 거리이다. 거미줄처럼 엮인 항공노선이 세계를 하나로 묶어 주고 있다지만 카자흐스탄의 수도알마티(한때는 알마아타로 불렸다)로 가려면 꼬박 이틀을 잡아야 한다.
전세기가 부정기적으로 서울과 알마티를 연결하고 있으나 그야말로 취항 일정을 기약할 수 없으니 서울에서 가자면 카자흐스탄의 이웃나라인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로 가서 하룻밤을 보낸 뒤알마티로 가야 한다
그러면 지금으로부터 60년전인 1937년에는 어땠을까.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버린 조국을 등지고 유민(流民)이 되어 떠돌던 우리의할아버지 할머니들이얼어붙은 땅 시베리아에서도 정착하지 못하고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 당하던 그때. 60년전 그 시절을 떠올린다면 오늘의여정이 멀지만은 않을 것이다.
유민의 후예들이 살고 있는 나라, 그 멀고 먼 나라가 이젠 한국의 친구가되려고 가까이 다가와있다.
"카자흐스탄은 한국을 향해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습니다. 사회주의국가인소련에 속했던 곳이라다소 멀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면 같은 동양인인 셈이죠"
주한 카자흐스탄대사 툴레겐 주케예프씨(47)는 6척 거구에 어울리는 환한웃음으로 '가까운 사이'임을 강조했다.
'한국과 가까운 사이'
대사관을 통해 비자를 받아 카자흐스탄을 찾는 한국인은 연간 3천여명이나러시아나 우즈베키스탄입국자들은 비자없이 3일동안 카자흐스탄을 방문할 수있기 때문에 이 경우까지 합하면 6천여명은훨씬 넘을 것이라고 한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방문객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 더욱 긴밀해질 양국간의 관계를 예고해주는 듯하다.
더욱이 올해는 카자흐스탄 한인이주 60년을 맞는 해로 양국간 다양한 교류행사를 계획하고 있어대사관이 더욱 바빠질 것이라고도 했다.
카자흐스탄이 계획하고 있는 것은 주로 문화공연. 그럴싸한 조명과 연예인으로 치장한 공연이 아니라 그곳에 살고있는 한인들이 직접 우리나라를 방문, 출연하는 공연이다. 그러나 행사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지금은 공연을 후원할 기업체를 찾고 있는 단계다.
양국간의 교류를 가장 가깝게, 그리고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은 역시 경제교류, 그중에서도 산업연수생 교류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와있는 카자흐스탄 산업연수생은 4백여명. 지난해 7월부터 몇차례에 걸쳐입국, 대구와 인천 수원 안산 등지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인 연6천명 방문
주케예프대사는 카자흐스탄이 우리나라와 기후가 비슷해 산업연수생들의 적응이 빠르다고 자랑했다. "우리나라에서 온 산업연수생을 고용하고 있는 회사와 수시로 연락합니다. 연수생들의 적응이어떤지, 건강은 괜찮은지, 필요한 점은 없는지 물어보는 거죠. 업체에서는 우리 연수생들이 성실하고 건강할 뿐만 아니라 적응도 잘 한다며 만족해 하고 있습니다"
산업연수생파견 등 카자흐스탄의 인력송출은 카즈코무역(Kazko Trading Co)에서 맡고 있다고 한다. 주케예프대사는 지난해 우리 정부로부터 배정받은연수생 쿼터가 5백명인데 연수지원자가 줄을 서 있다며 2천5백명까지 쿼터를 늘려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산업연수생에 관심있는 업체는 대사관이나 카즈코무역으로 문의하면 필요한 모든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카자흐스탄이 우리나라에 기대하고 있는 것은 산업연수생보다는 오히려 직접적인 해외투자이다.
80년대 말 고르바초프집권이후 독립을 위한 노력을 계속적으로 경주해온 카자흐스탄은 91년 독립선언을 하고 나자르바예프대통령을 선출한뒤 92년 가격자유화단행, 93년 독자적인 통화체계수립,94년 의회 및 지방의회선거 실시 등 개방을 향한 잰걸음을 계속해왔다. 이와 병행, 경제개발을 위해 외국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고 한다. 주케예프대사는 "현재 카자흐스탄에 진출한한국기업은 삼성 현대 LG 대우 등 굵직굵직한 대기업뿐만 아니라 의류 제조업체인 대영모방과현대약품공업 등 중소기업도 상당수 있으며 중소기업의 진출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며 투자현황을 줄줄이 꿴다.
카자흐스탄이 자랑하고 있는 투자포인트는 값싼 노동력.
"현지 근로자들의 평균임금은 월 1백20~1백50달러수준입니다. 한국과 비교도 안될 정도이지요. 더욱이 우리 정부는 외국기업에게 유리한 투자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노동집약적인 대구 경북의 섬유업체들이 우리나라에 관심을 가져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주케예프대사가 특별히 추천하는 분야는 농산물가공업. 카자흐스탄은 구소련지역중 보기 드물게농사가 잘되는 곳이다. 알마티가 '사과의 도시'를 의미한다는 데서도 알수 있듯이 곡물과 과일,야채가 풍부하며 15개 구소련 독립국중에서 유일하게 식량자급 능력을 갖추었을 정도라고 한다.특히 남부지역은 7월의 평균기온이 28℃를 넘을 정도로 햇살이 강한데다 여름철 강우량이 적어과일의 당도가 높기로도 유명하다.
대구와 자매결연 용의
"더욱이 10만명이 넘는 카자흐스탄 한인들의 상당수가 남부지역에서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원주민인 카자흐인들보다 뛰어난 농업기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풍부한 농산물을 이용한 식품가공업도 전망이 밝은 분야의 하나입니다"
주케예프대사의 설명이 더욱더 적극적이 된다. "대구 경북지역의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체 등에서우리나라를 방문하고자 한다면 모든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카자흐스탄의 도시와 대구의자매결연도 가능한 일입니다"
대사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예기치 않게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해 관저를 겸한 대사관(서울시강남구 논현동) 앞마당이 온통 눈으로 덮였다. 눈이 내리자 대사관 직원들은 고향과 비슷한 정취를 느낄수 있다며 좋아하기도 했다.
주케예프대사는 전라도와 경기도 지역은 몇곳 다녀봤지만 대구 경북지역은 아직 여행해보지 못했다며 "고유의 전통과 풍습을 지키려는 노력에 감명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또 국가간 교류의 바탕에는 반드시 문화적인 교류를 통해 상대방의 잠재력을 이해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주케예프대사는 대구 경북지역과도 문화재 교환전시회나 문화공연의 교류가 추진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金美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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