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 금융실명제보완 향방

"3대軸(축) 사이서 여론 눈치보기"

금융실명제의 보완은 정부내에서 이미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 같다. 강경식부총리가 취임전기자회견을 통해 보완방침을 밝힌 것이나 고건총리가 같은 내용의 발언을 한 것은 보완 원칙에대해 김대통령과의 사전 조율이 이미 끝났음을 시사해준다.

따라서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떻게 보완할 것이냐 이다. 강부총리나 고건 총리 모두 금융실명제의근간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지하자금을 양성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과연 금융실명제의 기본 정신을 해치지 않는 보완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적지않다.

현재 정부와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보완방법은 대략 세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일정한 페널티만 물면 검은 돈에 대해서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82년 강부총리가 실시를 추진했던 금융실명제는 6개월의 실명전환기간 이후 실명화하는 자금에 대해서는 예금원본의 5%%만 과징금으로 물면 자금출처조사를 면제해주도록 했다.그러나 현행 금융실명제는 실명전환기간에 따라 최고 60%%까지 물리도록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5천만원 이상에 대해서는 자금출처조사를 받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보완은 자산가들로부터 '너무 과중하다'는 말을 듣고 있는 과징금 비율을 낮추고 자금출처조사도 면제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두번째는 무기명 장기채권의 도입이다. 신분노출을 꺼리는 '큰손'들의 검은 돈을 이 채권으로 흡수, 산업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무기명이기 때문에 검은 돈의 소유자들이 대거 이 채권으로몰릴 것이란 계산에서다. 대신 이자율은 낮게 해 과징금 부과의 효과를 거둔다는 복안이다.세번째는 오는 5월 첫신고를 앞두고 있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보완, 현재 4천만원 이상으로 되어있는 종합과세 대상을 샹향조정하거나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는 채권과 예금 등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같은 방안들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강부총리의 복안대로 '지하자금의 양성화'에 초점을맞춰 금융실명제를 보완하게 될 경우 택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향으로 보완이 이뤄질 경우 그것은 보완이라는 이름의 변질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재경원 내부에서 이같은 비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우선 과징금 부과를 전제로한 자금출초처조사 면제나 무기명장기채권의 도입은 목적과 달리 자금축적과정이 깨끗하지 못한 자산가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점에서 개혁의지의 퇴색으로 비춰질 뿐만 아니라 상속·증여세의 면탈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또 시행 3년을 맞아 정착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금융실명제를 이렇게 뜯어 고치면 국민들에게 또다시 혼란을 주게 될 뿐만 아니라 불이익을 감수하고 실명전환한 사람만 손해보게 되는 문제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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