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지도자와 국운

정정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체념과 좌절의 시대

노동법 개정파동과 한보사태는 국민들을 분노와 좌절속으로 몰아 넣고 있다. 선량한 국민들이 인생살이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들고 60년대 이래 각고의 노력으로 이룩한 한국의 기적은 거품과 같이 사라지면서 비참했던 과거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패배주의가 다시 우리를 좌절시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잘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쳐 보아야 소용없다는 자조적인 패배주의와 냉소주의를 극복하기 위하여 박정희 전(前)대통령이 엄청난대가를 치렀는데 말이다. 국민의 기본인권과 민주주의를 회생했을 뿐아니라 노동자 농민들이 희생과 고통을 참고 견뎌왔는데 말이다. 이러한 피땀과 눈물위에서 이룩한 발전과 자신감이 또다시체념과 좌절감속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를 정도로 사태는 심각하다. 사회의 곳곳에서 부조리 부패 불공정을없애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틀림없다. 이렇게 하여 다시한번 힘을 합쳐 열심히 해보아야 한다.그러나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계 및 정부지도자들의 행동과 생각이다. 정치계및 정부지도자들의 무능, 부패, 부조리, 불공정한 행동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특히 최고 지도자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패·무능은 곧 멸망

춘추시대의 제나라는 무능한 국왕의 횡포로 혼란속에 빠져 있었으나 환공이 즉위하면서 관중 포숙등 훌륭한 신하들을 광범위하게 발탁하고 이들에게 국정을 맡기면서 불과 10여년이 못되어 천하 제후들을 호령하는 패자가 되었다. 제환공은 매일 술이나 마시고 사냥을 즐기었는데도 말이다.제환공에 이어 천하를 호령한 진나라의 문공도 마찬가지이다.

반대의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전국시대의 오나라 왕 부차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최강의 군대를 거느리고 여러나라를 호령했지만, 아첨을 일삼는 탐욕스런 간신배들에게 둘러싸여 직언하는오자서 등의 현명한 충신을 죽이고 국정을 제 멋대로 운영하여 민심을 잃고, 속국이었던 월나라에게 패배하여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이순신장군의 고난과 조선군의 패전은 우리가 너무나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국가지도자들의 능력과 마음자세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실들이다.

국왕과 정부가 모든 것을 좌우하던 군주국가시대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1930년대의 경제대공황을맞이하여 루즈벨트 대통령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미국경제를 회생시키고 자본주의 경제를 혁신한것은 전임자로서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던 후버대통령과 극단적인 대조가 된다. 쇠퇴일로를 밟고있던 영국경제를 다시 살려 놓은 대처총리도 마찬가지이다.

*지혜·안목있는 인물돼야

올해는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한다. 벌써부터 후보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대통령이우리의 운명을 좌우할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훌륭한 지도자를 뽑지 못하면 국가를 망치고 우리는 물론이고 후손들에게도 죄를 짓게 된다. 훌륭한 지도자는 국정의 올바른 방향을 잡고, 혼신의힘으로 국정을 추진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들을 찾아내고, 이들에게 일을 맡기되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사람을 평가하고 잘 잘못을 가릴 수 있는 지혜와 복잡한 시대를 꿰뚫어 보는 안목과 지식이 있어야 한다. 성실한 자세로 두루 살피는 겸허한 자세는 물론이다. 망국적인 지역감정이나 사소한 개인 이익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훌륭한 지도자를 뽑아 국가를 살려야 한다. 우리는 너무나 과거를 잘 잊어버리는 나쁜 습관을 지니고 있다. 연말선거에서 노동법파동과 한보사태의 교훈을 절대로 잊지 말도록 우리 모두 지금부터 각오를 다져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