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민분노 원전정책 비틀

일본 이바라키(茨城)현 도카이무라(東海村)의 핵연료재처리시설에서 발생한 폭발로 35명의 근로자가 방사능에 노출되는 등 역대 최대로 기록된 이번 사고로 인해 일본내 반핵감정이 고조되고 있어 정부의 원자력 발전 계획 자체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다음 세기에 전체 전력생산량의 40%% 정도를 원전을 통해 충당하려던 일본의 계획이 어려움에부닥쳤다. 일본은 오는 2000년까지 전체 전력생산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을 33%%로, 2010년까지는 42%%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추진중이었다.

이번 도카이무라에서 발생한 화재 및 폭발사고는 지난 95년 12월에 일어난 '몬주'(후쿠이현 쓰루가)의 나트륨 누출사고와 함께 일본의 핵연료 정책의 맹점을 보여준 사례였다.일본 원자력발전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동력로.핵연료개발사업단'(동연)은 도카이무라의 재처리공장 외에도 몬주도 운영하고 있다.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 연료를 재처리해 추출한 플루토늄을 고속증식로와 원전에 재활용해 핵연료의 경제성을 높인다는 정책을 계속해 왔다. 이번에 사고가 난도카이무라의 재처리공장은 이런 임무를 위한 중추적 시설이었다.

그동안 이러한 시설에 대한 숨겨진 내용이 많았고 특히 이번 사고발생후에도 신속하고 충분한 안전대책을 취하지 않았으며 숨기기에 급급해 방사능에 노출된 피폭자의 숫자도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등 문제점이 또 불거지고 있어 일본 국민의 불신은 높아가고 있다.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총리도 사고발생후 두시간 반이 경과한 밤 10시40분경에야 첫 보고를 받아 정부의 위기관리와 연락망의 미비에 대해 비판의 소리와 함께 일본내 반원자력감정도 고조되고 있다.

정부대변인인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靜六)관방장관은 12일 오전 사고보고를 위해 총리관저를 찾은 동연 이사장의 면담요청을 거부, 대응의 불충분함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일본이 플루토늄을 연료로 재활용하는 고속증식로 원전 정책을 당장궤도 변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있으나 계속되는 원전사고로 인해 난관에 봉착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또한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운영회사인 동연은 사고당시 종업원들에게는 대피명령을 내렸으나 인근 주민들에게는 사고발생사실조차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이는 범죄행위에 다름없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사실 일본이 에너지자원 부족을 외부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이용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언제라도 핵무장할 수 있는 바탕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그린피스를 비롯한 일본의 반핵단체들은 오랫동안 고속증식로 사업에 반대해오고 있었다.한편 지난해 2월에는 니가타현 가리와에 건설돼 시험 가동중이던 원자로의 냉각펌프에서 전기고장이 발생, 원전이 폐쇄되는 등 몬주 고속증식원자로 사고 이후에만 3건의 원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본 핵연료개발사업단은 고속증식로의 개발과 재처리기술의 확립이라는 두가지 사명을 가지고있는데 이 두개의 기둥이 모두 기울어져 그 존재 자체가 의문시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도쿄.朴淳國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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