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서울의 대통령들

대통령은 한번 맡으면 의레 종신토록 하는 자리쯤으로 생각되던 때가 있었다. 다행히 민주화운동덕분으로 단임제가 정착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전직대통령이 여럿 생겼다. 앞으로 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통령이나 다음에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 모두가 정치적 능력은 말할 것도없고 빼어난 건강까지 타고난 분들이니 대통령을 그만두고도 수십년은 문제없이 장수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경우로 보면, 전직대통령들은 모두 그의 고향이 어디든 대통령을 그만두고도서울에 남는다. 이런 추세대로 간다면 서울에는 구청장의 숫자만큼 많은 전직대통령이 있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전직대통령들이 서울에 남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퇴임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속셈때문이라 한다. 그러나 퇴임 후의 영향력 유지가 얼마나 허망한 꿈인지, 그리고 영향력 유지를 위한 부정축재가 어떠한 처참한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두 전직대통령이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은 거개가 출신지역민들의 맹목적이다시피한 지지에 힘입어 자신의 정치적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은퇴 후에는 서울에 남을 것이 아니라 마땅히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을 정치적으로 키워 준 지역민들에게 보답할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다.김영삼대통령은 퇴임 후 기거할 상도동집을 수리하기 위해 최근 월 500만원씩 적금을 넣고 있다고 한 언론이 보도했다. 한달에 500만원씩이나 적금을 넣을 수 있다니 부럽기 짝이 없지만, 고언하건대 그돈은 상도동집을 수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향인 거제도에서 퇴임후 노후생활을 보낼집을 장만하는 데 쓰기 바란다.

공해에 찌든 서울의 아침공기 속에서 조깅을 하는것은 건강에 오히려 나쁘다는 이야기도 있다.건강을 위해서는 상도동보다 거제도의 아침조깅이 훨씬 나을 것이다. 게다가 햇볕 좋은 날 몽돌해안의 싱그러운 바닷바람으로 갓 널어말린 멸치 국물에 칼국수라도 만들어 먹는다면, 어디 그맛을 청와대의 칼국수 맛에 비할 수 있을 것인가.

〈경북대교수·문화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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