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1-섬유 구조조정 또 무산되나

대구경북 섬유업체들의 연쇄도산이 계속되는 최악의 위기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섬유산업구조개선이다. 물론 구조개선처방은 이번에 처음 나온 제안도 아니고 새로운 내용도 아니다. 섬유시설의 과잉설비가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80년대부터 불황기때마다 업계·학계·관계에서 꾸준히 처방의 실천문제가 제시돼왔다. 그결과 당국의 시책으로 과잉노후시설을 감축하기위한 법적 제도와 자금지원까지 있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지역섬유기업들의수용자세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지역의 중견업체들마저 줄줄이 도산하는 상황에서구조조정의 실천문제가 제기됐지만 또 과거와 같이 무산되고마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역섬유산업회생의 희망이 사라지는 암담한 느낌을 갖는다.

지역의 대표적 섬유기업 모임인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이사회가 이 단체의 골격을 섬유산업구조개선협회로 바꾸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정관개정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불황에 대처한 업계의 자구노력으로 지난 3개월간 시도해온 섬유산업구조조정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것은 정말 딱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아직 모임의 골격을 바꾸는 방법말고도 다른 길이 모색될수도 있으나 업계의 적극적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마저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이렇게섬유불황의 확실한 처방이 실천되지 못하는데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게다.

개별기업의 심각한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에 합의를 이루기 어려운 점도 클 것이다. 그러나그것은 어디까지나 난파선(難破船)속의 편한 좌석차지하기와 같은 꼴이다. 업계전체가 침몰하는상황에서 자기기업의 상대적 이익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욱이 최근들어 미국, EU등 선진국의 경기호전으로 폴리에스테르를 중심으로 한 화섬직물의 수출이 늘어나고 수출단가도 오름세를보이기 시작하자 다시 제직시설을 늘리려는 업체마저 생기고 있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계절적 수출호전이 이번 구조개선사업무산의 배경이 되고 있다면 더욱 한심한 일이다.섬유산업구조조성의 문제는 현재뿐 아니라 이 과제가 남아있는 한 지역업계의 사활을 판가름할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해결은 WTO체제가 존속하는한 업계의 자발적 노력에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럴뿐 아니라 지역섬유업계는 자구노력없이 당국의 지원속에 육성된 과거때문에 현재의 허약체질을 가지게 된 것인만큼 이번에도 외부지원으로 회생되는 방법은 써서 안된다는게 지역의 공통된 견해다. 문희갑대구시장의 '선자구·후지원(先自救·後支援)'방침도 그래서 지지를 얻고 있다.업계는 또 방향없이 헤매지 말고 구조조정에 대한 각성과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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