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의 대표로 이회창(李會昌)고문이 임명된 것은 이래저래 우리 정당 정치사의 또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같다.
신임 이대표는 전임 이홍구(李洪九)대표와 마찬가지로 초선의 정치신인이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9선의 묵직한 경력으로 누구보다 철저한 의회민주주의 신봉자로 자처한정치인이며 집권여당의 총재다. 그런 그가 당의 대표를 지명함에 있어 전혀 거리낌없이 초선, 엄밀히 말하면 초임(初任)이라고 할 전국구의원을 지명하는 것은 아이러니 그 자체다.역설적으로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어떤 단체든 대표는 전체구성원들의 뜻으로 모아질 때 대표성이 빛나고, 선출과정이 공정·합리적이어야 된다는 것은 철칙이다.
13일 신한국당 전국위원회 2차대회.
총재가 새 대표를 지명하자 대회진행자가 이의 있느냐고 물어본다. 단 몇초의 생각할 시간조차주어지는 게 아니다. 곧바로 만장일치 박수를 유도, 임명절차는 일사천리로 뚝딱 끝난다. 이것이전부다.
선수(選數)를 빛나는 훈장으로 여기는 선량들, 특히 기라성같은 당내 다선의원들은 이날 높은 단상에서 당총재인 김대통령과 나란히 양손을 높이 치켜든 정치신인들의 팡파르를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한마디로 얼떨떨한 기분등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전국위원회 대회도 총재의 뜻을 전하는 자리였다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꼭두새벽부터 서둘러 전국에서 올라온 수백명의 지역대표위원들은 영문도 모른채 두리번거리다가 얼떨결에 단상에 선 새 대표의 모습을 본 들러리 역할뿐이었지 않은가.
현재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이나 그럴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주창할지 모르지만 우리 정치의 한계를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며 흐트러진 정치행태임에는 틀림없다. 이 또한 따지고 보면'낙하산 인사'와 다름아니라는 생각이다.
의원들은 선거를 통해 유권자, 나아가 국민들로부터의 검증을 받는다. 그래서'10만 선량'이다. 여러차례 검증받은 다선들이 그만큼 대접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치 앞도 분명치 않은 이 시점에서 누구는 안되고 누구는 되고, 정치신인이 어떻고 하는 식의화두가 아니라 모든 것은 차치하고라도 단 한가지, 갈수록 정치판의'룰'이 없어지는 것같아 안타깝다. 〈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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