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임시국회 개회 이래 한 달동안 공전을 거듭해 온 한보국정조사특위가 신한국당의 자세변화로 회기 마지막 날인 18일 타결될 가능성을 높여 주고있다.
신한국당과 국민회의 자민련 등은 17일 각각 의원총회와 간부회의 등을 열어 회기내에 조사계획서 작성을 마무리한다는 15일 한보특위에서 논의한 여야간 합의내용을 재확인했다. 이날 여야는미합의 쟁점들을 회기내 합의,조사계획서를 18일 본회의에 제출키로 합의한 바 있다.따라서 야당측이 새로이 증인채택을 요구하고 있는 김기섭 전안기부 운영차장과 오정소 전안기부제1차장 등의 문제와 안기부법의 재개정 약속요구가 막판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지만 여야간 합의가능성은 어느때 보다 높아 보인다.
물론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당측의 요구에 대한 여권의 입장정리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회기내 처리를 미루고 곧바로 회기 10일 정도의 새 임시국회 소집의 필요성도 이야기되고 있기도 하다.
○…신한국당은 이회창대표 체제의 출범과 동시에 한보사태와 현철씨 국정개입 파문의 진화를 위해서는 현철씨 문제의 정면돌파밖에 다른 해결책이 없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미 12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친 김영삼대통령과 이회창 새대표의 회동에서도 이같은 방침이 재확인됐다는 것이 여권소식통의 한결같은 얘기다. 이 과정에서 이대표의 의중이 많이 반영됐다는분석이다.
김대통령도 여론의 의혹 해소를 위해서도 현철씨의 청문회 출석은 물론 사법처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손명순여사가 14일 공사졸업식에 불참한 것도 김대통령 가족의 위기의식과 비장한각오를 내비치는 대목으로 해석됐다. 자신의 임기내 아들과 관련된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의지도반영됐다는 것이다.
이대표는 15일 오전 청와대를 다녀온 뒤 현경대 한보특위위원장을 불러 "현철씨 문제는 법과 순리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며 대야협상 타결을 당부했다. 이대표는 사소한 문제로 국회파행이 재현돼서는 안된다는 점도 아울러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여권이 현철씨 문제에 대해 정면돌파로 가닥을 잡은 배경에는 이대표의 개인적 입장에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권재창출의 꿈은 물건너 갈 것이라는 여권 전체의 상황인식이 맞아 떨어진 것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헌기신한국당 특위간사도 17일 여야합의 전망과 관련, "언론이 너무 앞서 나가 협상에 부담이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먼저 보였지만"당이 회기내에 계획서를 작성하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어 잘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박의원은 또 "돌아가는 분위기가 여야합의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대표가 TV중계 방식에 검토지시를 한 것으로 봐서 생중계 문제도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박의원은 그러나 "TV생중계 문제보다는 증인채택 문제가 더 어려울 것같다"며 야당측의 무차별적인 증인채택 요구를 다 들어주기가 어려운 입장임을 설명했다. 여전히 신한국당의 한보관련 증인이 아닐 경우 채택할 수 없다는 것이 신한국당의 협상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대세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그동안 한보특위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김현철씨의 한보특위 증인채택과TV생중계 문제를 이제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씨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국민여론이악화됨에 따라 여권핵심이 두가지 쟁점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되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권이 여론을 바탕으로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어 한보특위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못하다. 야권은'김현철청문회'까지 고려하고 있다.
김현철청문회에 대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의견이 조율되지는 않았지만 야권은 우선 한보특위 청문회에 김씨가 출석할 경우 한보사태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국민회의 박상천총무는 "다른 국정개입도 한보 개입의 정황증거가 되는만큼 일단 한보청문회에서김씨의 증언을 들어야 할 것"이라면서 김씨에 대해 포괄적인 청문회를 예고했다. 박총무는 이어 "당내에는 별도의 '김현철특위'를 구성하자는 주장이 있다"며 강경기류를 전했다. 자민련 이정무총무도 "김씨를 한보특위 증인으로 세우느냐의 차원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이 더 드러나면 '김현철 특위'를 고려해봐야 한다"며 국민회의와 공조입장을 취했다.
김현철씨 외에 김기섭 전안기부 운영차장과 오정소 전안기부 제1차장, 박태중씨 등 김씨의 측근인사들과 박경식씨 등에 대해서도 야권은 증인채택을 요구하고 있어 한보특위 국정조사계획서 작성에는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또한 김씨의 증언 시점에 대해서도 국정조사 분위기를 서서히 고조시켜 절정에 끌어 올린다는 전략적 고려에서 접근하고 있다. 국민회의 이상수의원은 "김씨는 한보관계자와 은행관계자등을 부른 다음 중반 이후에 부르겠다"고 말했다. 자민련 이인구의원도"김씨는 최소한 이틀 정도는 증인으로 서야 한다"며 국민회의와 같은 입장이다.
〈李東寬·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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