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북한노동당비서가 지난달 12일 중국 북경에서 한국 망명을 요청한지 34일만인 17일 오전체류중인 한국대사관 영사부 건물을 떠나 이날 중으로 필리핀으로 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지탱하고 있는 정신적 지주인 주체사상의 이론적체계를 완성한 황비서가 그 사상적 허구의 늪을 빠져나와 스스로가 자유의 품으로 망명신청한 것부터 드라마였다. 그리고 제3국으로 출발하기까지 긴시간 동안의 당사국과 관련국들의 손에 땀을 쥐게한 첨예한 대립및 갈등도 현대사에 큰획을 긋는 대사건이었다.
황비서의 북한탈출 한국망명요청사건은 좀처럼 있을 수 없는 '불가능성의 가능'과 같은 해괴한사건이었다. 사건 발생지인 중국측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로 중국이 가장 원치않는 사태'라는반응을 나타냈다. 왜냐하면 중국과 북한은 40년간 혈맹관계를 유지해온 형제국인 반면 한국은 유력한 경협 파트너로 지난4년동안 밀월관계를 유지해온 동반자적 입장에 있었기 때문이다.망명사건이 터지자 우선 북한은 '남한의 납치극'이라고 주장하며 특수요원들의 공수를 시작했고우리정부는 '망명은 국제관례에 따라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외교총력전을 폈다. 그러자 난감해진 중국정부는 "유관국끼리 타당한 방식으로 해결하기 바란다"며 시간벌기에 들어갔고 때론 "황비서가 체류중인 장소는 외교법상 한국영토"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황비서 망명사건의 실마리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미국은 황비서의 정보적 가치에 눈독을 들여 제3국 경유지를 미국으로 정해 줄것을 은연중에 내비쳤으며 일본도 인근 한반도문제니 만큼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황비서가 북경에 체류하는 동안 국제적 대소사건이 연이어 터졌으며 등소평의 사망과 4자회담 설명회및 북·미준고위급회담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사건들이 황비서 망명사건을 잘풀릴수 있도록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도 식량난을 비롯한 총체적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북한이 실리를 찾아 망명을 묵인 내지 인정한 것이 무리없이 제3국경유 한국행을 성공토록 해준원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평가한다면 중국은 자국의 이해관계를 떠나 국제관례 따르기에 좀더 엄격해야 할 것이며 우리 외교팀도 위기대처능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란 반성을 남겼다. 국제관례가 존중되어야 황비서의 필리핀 체류기간도 단축되어 그가 원하는 한국망명이 빨리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은 황비서의 망명묵인 대가로 식량및 경제지원을 요청할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확고한 대북정책을 수립하여 그 틀속에서 적절하게 집행해나가야 한다. 임기응변식 대북정책은 북한의 버릇만 나쁘게 길들일뿐 항구적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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