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는 생물이 서식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지는 환경에도 잘 자라는 미생물이 있다. 물이펄펄 끓는 온천이나 화산, 남극이나 북극과 같은 혹독한 추위의 땅, 석유로 가득찬 유전지대, 사해와 같은 염분호수나 염전, 강산성·알칼리성 환경에서 활동하는 미생물이 있다. 이른바 극한 미생물(extremophiles)이다.
극한 미생물이 특수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극한 효소의 작용 때문. 최근 극한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극한효소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추진되고있다. 지난 한해동안 미국 일본 독일등 세계각국이 이 연구에 투자한 돈은 무려 25억달러. 유전자감식 전염병과 유전병진단과 같은 생의학분야에서부터 감미료 탈색제 생산에까지 극한효소의 활용분야는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활용분야는 유전자진단. 온도가 섭씨 1백도를 웃도는 심해의 분화구에 생존하는호온(好溫)성미생물 '써머스 아구아티쿠스'는 내열성 효소를 분비한다. 이 가운데 DNA중합효소는유전자증폭기술에 응용되면서 범죄수사, 신원을 알아보기 힘든 사체의 식별등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미 워싱턴대의 제임스 스탤리박사는 남극과 북극에서 발견한 호냉(好冷)성 미생물 '폴라로모나스바쿠오라타'에서 영하에 가까운 온도에서 활동하는 효소를 추출했다. 이 효소는 고온에서는 부패하는 식품이나 높은 온도에서 쉽게 증발하는 방향제 생산뿐 아니라 찬물에서도 효율성이 높은 세제 개발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화산주변이나 유황이 많은 온천 등 수소이온농도(pH)5이하의 강산성환경에 서식하는 호산성 미생물은 지속적으로 산을 세포 밖으로 배출함으로써 생존한다. 이 미생물이 분비하는 효소를 활용하면 스스로 산을 분비, 쉽게 소화될 수 있는 음식물이나 동물사료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또 탄산 호수와 같은 수소이온농도 8이상의 알칼리성 토양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는 고성능 세제개발에 응용되고 있다. 옷에 묻은 기름때를 분해하려면 단백질분해효소인 프로티아제와 지방분해효소인 라이파제를 사용해야한다. 하지만 강알칼리성인 세제는 이들 효소를 쉽게 파괴해버린다. 일본 해양과학기술센터는 내(耐)알칼리성 효소를 이용한 바이오세제를 개발중이다.극한미생물의 발견은 효소산업의 발전에 새장을 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극한미생물을상업적으로 활용하려면 생산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자연환경에 서식하는 극한미생물의 양이 많지 않아 배양기를 이용한 인공적 생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李鍾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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