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곳곳에 분노와 허탈감이 팽배해 있는 요즘이지만, 신바람'나있는 사람도 있다. 황수관(黃樹寬·52·연세대의대 생리학)교수다.
지난달 모 TV방송에 출연, 자신의 건강철학인 '신바람건강학'을 강연한 뒤 일약 유명세를 물고있는 것이다. 미국 등 해외 교민사회로부터도 물밀듯이 강연요청을 받고 있다. 수년전 채식주의열풍을 몰고 왔던 이상구신드롬을 시나브로 재연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황교수의 건강학은 예상밖으로 상식적이다. "웃고 즐겁게 사는게 건강의 요체입니다. 자주웃는 게 만병통치약이죠"
얼핏 생각하면 지극히 간단한 것 같지만 웃는다는 게 말처럼 마냥 쉽지만은 않다. 온갖 스트레스에 짓눌린채 하루하루 살아가는 보통사람들로선….
"더욱 우리 민족성이 웃음에 다소 인색한 편 아닙니까. 경상도 사람들은 특히 한 술 더 뜨는 축이죠" 때문에 그의 웃음론은 그냥 웃는게 아니라 웃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한 예를 들어 거울앞에 서서 입을 찢어지게 벌려 보자. 그러면 자신이 같잖아서도 웃음이 나오기마련이다. 이처럼 웃을 수 있는 동작들을 반복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아침에 부인하고싸우고 나온 배우가 감독이 시키는대로 웃는 연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치라는 것.그는 또 행복이란 주위 환경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인식이 중요하다는 지론을 폈다.
"대통령 아들의 이름까지 거명되는 한보비리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분노와 허탈감에 빠져 있답니다. 서민들로선 한 평생 일해도 만져보지 못할 거액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주제에 오히려 '떡값'일 뿐이라고 변명아닌변명을 늘어놓으니 기막힐 노릇이죠. 하지만 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어요.감옥 아닙니까…. 가난해도 떳떳하게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를 깨닫는데서 진짜 웃음이 비롯됩니다"
그러나 역설적일지 모르지만 웃음을 강조하는 그의 얼굴은 영 웃음과 거리가 먼 모습이다. 때문에 독특한 사연이 있다. 지난 87년 연세대 의대 연구강사(이 대학에만 있는 제도로 전임강사가되기 위한 예비직)로 채용된 직후였다. 동료들과 함께 다니다가 검문에 걸릴때면 항상 자신에게만신분증을 제시토록 요구하는 일이 거듭됐다는 것.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러다가 어느날 전공서적속에서 자신처럼 성질이 급하고 공격적일수록 더빨리 죽음에 이른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것이다. 그후부터는 '생존권'차원에서 웃도록 노력해 왔다.
웃음 다음으로 그는 올바른 식생활과 몸에 맞는 운동을 권한다. 특히 각종 질병을 운동으로 처방하는 기법을 지난 88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그는 지난달 TV 강연을 통해 "아침은 일꾼처럼, 점심은 황제처럼, 저녁은 거지처럼"이란 유행어를 만들기도 했다. 이 말의 진의는 아침을 꼭 챙겨먹고 저녁은 소식하라는 것이다. 아침은 대충먹고 점심은 최고급으로 근사하게 먹으라는 식이 아니다.
그는 또 지나친 채식주의를 경계했다. 한때 국내외를 강타했던 이상구 신드롬에 대한 비판이다.고기는 물론 우유조차 먹지말라는 것은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본질이 무엇인지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영양섭취는 골고루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금과옥조다.
모든 병에는 운동처방도 있다. 약물 혹은 의학적 처방에 의존,병원을 이곳저곳 찾아다니는 '닥터쇼핑'보다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원리를 익히는 게 중요하다. 가령 당뇨병을 앓는 경우 반드시 식후에, 그것도 한시간쯤 지나 운동을 해야 한다. 골다공증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이, 관절염에는수영이 좋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내 몸에 맞는 운동으로 현대병을 고친다'란 저서가 지난연말 출간된 직후부터 대형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자리를 고수해오고 있다.
이쯤되면 그의 건강학이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비결을 짐작할 수 있다.
어려운 의학적인 기법 등을 동원하는 게 아니라 실생활속에서 누구나 의지만 있다면 터득할 수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에겐 강점이 하나 더 있다.
뛰어난 강연술이다. 강연장은 으레 청중들로 꽉 찼다. 그렇다고 유창하다거나 달변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게 아니다. 어려운 전문용어를 이따금씩 구사, 비전문가들인 청중들을 압도해 나가는 방식도 아니다. 자신이 직접 체험한 것들을 환자 입장에 서서 일상용어로 설명해 나가는 가운데 감동과 공감을 주는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경기도 산본 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오전 5시에 기상, 하루일과를시작한다. 기상직후 뒷산을 1시간정도 등산하는데 짬이 나지 않을 경우 출근길에 신촌의 모 헬스클럽에서 대신한다는 것.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부소장직을 맡고 있는 서울역 부근의 세브란스 건강증진센터에서근무한다. 이후엔 강연과 목회활동에 나선다. 귀가시간은 보통 밤10시쯤.
그는 올 여름 열흘정도의 휴가를 할애, 모 TV 방송국과 함께 해외취재를 통해 5부작 건강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계획이다. 또 추석 무렵에는 미국 시카고 등지로 가 교포들을 상대로 '신바람'을일으킬 작정이다.
그러나 신바람 건강법을 체득하기 까지 그가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늘 새로운 길을 모색해 온 연속이었다.
사회 첫 출발은 지난 66년 대구 내당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한 것. 2년과정이었던 대구교대를 막졸업한 스물한살 나이였다. 초·중·고는 고향인 경주에서 다녔다.
그러나 교대에 입학한 것은 적성보다도 시골 농가의 7남매 맏이로서 집안 경제여건을 고려한 때문이었다. 우골탑이란 말이 유행했던 당시지만 교대에는 납입금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생활비는입주과외로 해결해야 했다.
초등학교 교사생활 10년째 되던 해, 결국 그는 직장생활에 만족하지 못해 대구대 야간부 사회사업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말그대로 주경야독하기 시작했다. 아내 손정자씨(50·주부)와 고향에서중매결혼한지도 8년째로 3남매를 둔 서른한살의 가장이었다.
대구대를 졸업한 2년후에 그는 또 경북대교육대학원 야간부에 입학,체육교육학을 전공했다."운동하면 왜 땀이 나고 맥박이 빨리 뛰는지 등을 궁금해 하던 중 내친김에 뭐 한다고 체육교육과에 들어갔지요. 그러나 이같은 의문들은 파고들면 들수록 더 큰 의문으로 자리해 결국은 의학도의 길을 걷게 됐어요. 석사학위를 받은 뒤 경북대의대 연구원(사실상 청강생)으로 새로운 변신을 했습니다"
그러나 말이 좋아 변신이지 고생길이 첩첩이었다. 의학공부에 전념키 위해 14년간 몸담아 왔던'든든한'직장에 사표를 낸 것이다. 돈한푼 나올 데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게다가 세 자녀 모두 초등학생이었다.
가장으로서의 고통이 적지 않았다.
"갖고 있던 조그만 집을 팔아 사글세 생활을 했는데,나중엔 그것도 어려워 변두리쪽으로 몇 차례이사했지요. 큰 불평없이 믿고 따라준 아내나 애들에게 평생 고마운 마음을 갖고 삽니다" 다행히해가 바뀌면서 사정이 나아졌다. 조교로 임용돼 적은 액수지만 다시 봉급을 받게 된 것이다.그리고 6년뒤인 87년. 그는 두번 오기 어려운 기회를 잡았다. 연세대에서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교원을 공채했으며 이에 응모,연구강사로 채용된 것이었다. 당시로선 이 분야 전공자가 별로 없었다. 초등학교 교사직을 그만둔지 7년만에 사실상 대학교수가 된 것이다.
이어 90년 국민대에서 체육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조교수로 승진했다.
그가 우여곡절 인생을 걸어온 가운데서도 세 자녀는 성실하게 성장, 맏딸 명아씨(29)의 경우 경북대사범대수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에서 학원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두살 아래인 진아씨는 연세대전산학과를 나와 결혼직후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유학갔다. 외동아들인 막내 진훈씨(25)는 역시연세대전산학과를 거쳐 방산업체에서 근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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