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중국식 협상

아마 중국처럼 협상에 관한 문화적 전통이 깊은 나라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손자병법, 오자병법, 삼십육계, 육도삼략 등 관련 문헌이 줄잡아도 백편은 넘는듯 싶다. 이는 오천년 역사속에 평화시기가 불과 2백~3백년에 불과했던 생존환경이나 국토의 방대함 때문에 일찍부터 물류와 상업이 발달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민족이름 뒤에 붙어다니는 '상인'이라는 접미사가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중국인이 상술에 뛰어난 민족이라는 것은 그들 특유의 협상문화를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중국 특유의협상은 환경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지혜와 철학에 기초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호혜주의'의원칙이다. 호혜주의란 상대방의 이익도 동시에 인정하는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때문에 중국의 협상은 명문화된 문건보다는 구두합의를 중시하고 지속적인 협력관계(콴씨) 유지를 전제로 한다. 이는 미래 불확실한 환경변화에 탄력적이고 융통성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기기 위한 지혜이다. 자구로 표현된 구체적인 협상내용에 집착하기보다는 궁극적으로 협상쌍방에 이익이 되어야 한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고도의 현실주의적 통찰이 깔려있는 부분이다.그만큼 중국식 협상에서는 원칙에 합의해 가는 과정이 멀고도 지난하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서 형성된 협력관계는 매우 견고하고 안정적이다. 고도의 불확실성으로 상징되는 미래사회에서이러한 중국식 협상은 매우 경쟁력있는 자산이 될 것이다. 더이상 도덕성이나 신뢰감을 기대하기어려운 작금의 우리 정치현실은 재삼 경쟁력있는 한국식 협상문화 창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

〈계명대교수·중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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