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라진 노동법(4)

이번 노동법 개정에서 노동자들의 관심을 가장 끌지 못한 것은 노동위원회법이었다. 과거 민주노총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노동자의 95%%가 노동위원회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대답했을 정도다. 그러나 새 노동법이 시행되면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위원회가 노동관련 심판기관으로 제 위상을 잡아갈 여지가 많아진 것이다.

우선 중앙노동위원장 직급이 장관급으로 격상했다. 노동위원회는 그동안 노동부 산하기관으로 독자적 지위를 가진 것이 아니라 정부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기관으로 취급돼왔다. 노동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중앙노동위원장 직급상승으로 자주성과 중립성 확보의 길이 트인 것만은 분명하다.

권한도 상당부분 강화됐다. 단체협약의 해석 또는 이행방법에 관해 견해를 제시할 수 있고(노동조합법 34조1항), 쟁의행위시 쟁의와 관계없는 자의 채용, 또는 대체근로를 승인할 수 있고(동법43조2항), 부당노동행위가 발견될 경우 긴급 이행명령을 신청할수 있는(동법85조5항) 등이다.조정전치주의 채택도 주목할 부분이다. 과거 쟁의사건 때는 알선-조정을 거쳐야 했으나 개정법은조정을 먼저 받아야 한다. 쟁의발생신고는 제도 자체가 없어졌다. 노사간 협상이 난항에 부닥치면노사 일방의 신청에 의해 곧바로 조정절차에 들어간다. 조정기간도 일반사업장 15일, 공익사업장20일로 각각 5일씩 늘어났다. 노조로서는 파업 등 단체행동의 여지가 상당부분 제약된 셈이다.한편 새 노동위원회법 역시 시행과정에서 몇가지 문제점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공익 및 노사위원 선출문제다. 위원숫자를 업무량에 따라 종전10명에서 7~20명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게 돼 대구지방노동위 경우 15명, 경북은 18명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와 학계에서는 보다전문적이고 중립적인 위원으로 새롭게 노동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민주노총의 합법화 여부도 문제. 민주노총이 복수노조로서 법적 지위를 갖게 되면 한국노총 위주로 구성됐던 근로자위원 선출 때 일정 숫자를 포함시키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노동부는 현재 각지역별 노조와 조합원 숫자에 비례해 근로자위원을 분배한다는 방침이지만 적잖은 마찰이 예상된다.

새 노동법에 따른 법적 권한 강화에도 불구, 학계와 노동계에서는 노동위원회가 노동법원으로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법원이라는 지위에 걸맞은일감이 부족하고 노동사건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노동위원회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위원선출, 사건 담당위원 지명방식 등 운영의 문제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 계명대 이상덕교수(노동법)는 "노동위원회 결정이 법원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많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이번 기회에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동위원회 본래의 취지에 충실해져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金在璥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