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계 이대표체제 애정없는 동거

이회창대표체제에 대한 민주계의 입장이 몇차례의 혼선과 진통끝에 서서히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좌장격인 최형우고문의 갑작스런 와병과 이대표체제 등장이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에차츰 적응력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민주계가 지난 3.13 전국위 개최이후 중진및 초재선 의원들의 '크로스 미팅'을 통해 수렴된 의견은 일단 이대표 체제에 대한 협력으로 모아지고 있다.

한보에 이은 삼미그룹 부도등 최악의 경제난 타개를 위해서는 이대표체제가 뿌리부터 흔들려선안된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지난 18일 김수한국회의장과 김덕룡 서석재 김명윤 황낙주 신상우 김정수 서청원의원등 중진들이모여 결성한 '민주화세력모임'에서 당무에 협조키로 의견을 모은것도 이런 맥락이다.민주계 대권주자인 김덕룡의원(DR)도 19일 자파의원 40여명과 만난 자리에서 경선논의 자제를촉구하면서 "우선 난국을 극복하고 당을 살리는 방향으로 힘을 모으자"고 역설했다.이같은 당무협조 분위기는 김영삼대통령이 19일 주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대표 중심 단합'을거듭 강조, 이대표에 잔뜩 힘을 실어준뒤 더욱 강해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민주계가 이대표 체제에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오히려 핵심부의 분위기는 'DR 대권카드'를 계속 살리면서 이수성 이홍구 박찬종고문등 영입파와의 연대쪽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분위기다.

실제로 민주계 중진들은 김덕룡의원을 단일 대권주자로 밀어야 한다는 입장과, 이수성고문등 영입파중 한사람을 내세워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눠져 있다.

물론 이같은 기류는 민주계의 실질적 '오너(소유주)'라 할 수 있는 김영삼대통령의 의중과는 전혀무관한 것이다.

그러나 이대표 체제에 대한 반발기류는 사실상 김대통령의 최근 일련의 조치에대한 서운함에서비롯된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19일 낮 서울 뉴월드호텔에서 열린 민주산악회 시도협의회장및 지부장 회의는 최근 민주계 저변에 깔려있는 분위기를 감지하는 안테나 구실을 한다.

지부장들 사이에서는 "그 흔한 칼국수 한번 못 먹어봤다" "무조건 따라가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원색적인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일부에서는 김대통령이 최근 5.6공에 몸담았던 인사들을 중용하는게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민주계는 이대표체제에 대한 제한적인 협조를 전제로, 당분간 계파결속과 세확산에 주력하면서 연말 대선에서 최소한 '킹 메이커'역할을 하겠다는 내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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