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의 말로는 죽어서도 비참한 것일까. 한때 필리핀 최고의 독재자로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던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시신이 찬밥신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고향 바타크의 냉동유리관에 영구보존돼온 마르코스 시신 처리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최근 바타크의 지방전력회사가 마르코스 시신이 보관돼있는 저택의 전기 공급을 중단하면서부터. 그의 유가족들이 5백60만 페소라는 엄청난 비용을지불하지 못한데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바타크시장이 비용의 일부를 지불하고 냉동유리관에 전기를 공급할수 있도록 발전기를 빌려줘 전력 공급은 다시재개됐다.
친구들의 자선금으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미망인 이멜다 마르코스는 시신영구보존에 드는 비용을 더이상 감당할수가 없어 여느 지도자들처럼 마닐라 영웅묘지에 안장하기를 원했으나, 이또한국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있다. 20년간의 독재기간동안 정부 돈 5백억달러를 빼돌린 혐의를받고 있는 마르코스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이 그리 곱지 못하기 때문.
결국 이멜다는 마르코스의 시신을 마닐라 교외 사유지에 안장할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정부에요구하고 있다. 한때 호화로운 생활로 유명했던 그녀는 최근 TV토크쇼에 출연, "음악도, 꽃도 없이 간소하게 장례식을 치르고 싶다. 마르코스는 검소한 사람이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그녀는 또 "군인이자 필리핀 대통령으로 유일하게 재선에 성공한 고인을 추모할수 없는 것은 수치스런 일"이라며 지난 72년 마르코스가 탄압정치를 폈던 계엄령 당시가 가장 민주적인 시기였다고말하기도 했다.
1989년 9월 28일 하와이 망명 도중 사망한 마르코스의 시신은 3년뒤 필리핀으로 돌아왔으나 정정불안을 우려한 정부가 시신을 마닐라로 옮기는 것을 금지, 일로코스노르테주 바타크시에 있는 그의 고향집에 영구보존돼왔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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