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내각제공론화 움직임을 바라보는 야권 입장은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국민회의는내각제를 시사하는 여권일부의 잇단 발언에 대해 "권력형태를 일부 바꾼채 집권연장을 꾀하려는술책에 불과한 것"이라며 잔뜩 경계하는 한편 자민련의 내각제 조기수용 요구에 소극적이다.반면 자민련은 여권 움직임에 고무, 연일 내각제 분위기 확산에 주력하면서 내부적으론 구체적인논의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내각제 개헌논의를 야권의 양김 총재가 지역주의에 기반한 자신들의권력을 연장하려는 기도라고 맹비난하면서 과도 거국내각 구성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민련
○…자민련은 한껏 고무돼있다. 김종필총재를 비롯, 당직자들은 연내개헌을 한 목소리로 장담하는등 내각제 분위기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속사정까지 그런 것은 아니다. 당내부적으로 내각제논의가 점차 구체화되면서 기존의 당론에 대한 이견이 곳곳에서 노출되는 등 갈등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종필총재는 25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연내개헌을 하기에 시간이 충분하다. 나라를 이끌어 간다고 자인하는 사람들이 결심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배석했던 한영수부총재는 "4월하순쯤이면 내각제쪽으로 정국이 굳어질것"이라고 전망한 뒤 "여론조사 역시 그때면 내각제가 대통령제에 비해 20%%정도 앞서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안택수대변인도 26일 내각제 공론화 움직임에 대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규정, 당분위기를말그대로 '대변'했다.
그러나 내각제에 대한 기존의 당방침 등에 대한 반론 역시 고개를 들기시작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 24일 간부회의에서 내각제방안에 대한 재논의를 위해 김총재주재 회의를 내달중 갖기로 했다.지금까지의 당론은 독일식 순수내각제를 표방한다는 기조아래 △단원제 △중·대선거구제 △정당명부식투표제 병행 등을 주내용으로 하고있다.
개헌에 따른 조기총선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최대 쟁점은 연내개헌에 따른 조기총선 실시여부·김총재를 비롯한 충청권 당직자 대부분은 개헌은 하되 현 국회의원의 임기를 단축시키는 조기총선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그러나 박구일의원 등일부 의원들은"내각제로 개헌할 경우 총선을 조기에 실시, 의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재신임을 묻는 게 명분상 합당한 것"이라고밝히고 있다. 지난 임시국회에서 정당대표연설문 작성과정에서도조기총선 실시를 명문화하는 문제를 격론을 벌인 끝에 보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순수내각제에 대한 이견도 만만찮다. 김복동수석부총재와 이건개의원등의 경우"통일, 외교,국방등우리 현실상 정책일관성이 특히 요청되는분야에 대해선 임기가 일정기간 보장되는 대통령이 맡고, 총리는 그밖의 내정을 맡는 이원집정부적인 성격을 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단원제에 대해서도 박철언부총재는 장기적으론 통일에 대비, 지역 대표들로 구성되는 상원제를도입해야 한다고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국민회의
○…자민련과의 야권 후보단일화의 필요조건으로 내각제개헌문제를 전향적으로 공론화하고 있는국민회의는 여권의 의도에 긴장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우려했던 사태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정치권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내각제로의 권력구조 논의가 자칫 국민회의를 소외시킨 채 자민련과의 야권공조를 무산시키는 대선전략의 차질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회의 김대중총재가 자민련의 내각제로의 당론변경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고 있었던 것도 사실은여권이 내각제로 선회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때문이었다. 내각제개헌을 축으로 한 자민련과의 야권후보단일화 협상의 운도 떼지 못한 상태에서 여권이 주도하는 내각제개헌 움직임은 자민련과의공조균열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총재의 측근인 설훈의원은"가능성이 없다"며 여권이 주도하는 연내 내각제개헌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영삼대통령이야 하고 싶겠지만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하는데 누가 다시 선거를하려 들겠느냐"는 현실적인 문제도 제기했다. 정동영대변인은"'5월전당대회이후 정권교체를 위한단일화과정에서 내각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당론에서 변한 것이 없다"면서도"신한국당내에서 내각제논의가 나오는 것은 권력형태를 바꿔 집권을 연장하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대변인은 "신한국당이 내각제로 바꿔 다시 나라를 거덜내게 하는 결과가 되지 않느냐"며 내각제개헌 움직임의 반향을 경계했다. 국민회의의 우려는 DJP연합을 통한 야권의 대선전략이근본적으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분석과도 맞닿아 있다.
여권이 주도하는 개헌움직임에 대한 국민회의의 반대입장은 분명하다. 그러나 자민련과 후보단일화 협상을 벌여야 하는 국민회의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현실적인 효과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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