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명대 목요 철학세미나

논리학, 인식론, 형이상학, 존재론, 철학적 인간학, 윤리학, 미학, 종교철학….'애지(愛知)의 학문'이라 일컬어지지만 학자나 철학도가 아닌 사람들에겐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인지조차 알기 힘든 '골치아픔'과 당혹감으로 여겨지곤 하는 철학. 철학을 제외하면 그 명칭상 연구대상을 짐작키 어려운 학문은 흔치 않다.

'목요 철학세미나'.

계명대 철학연구소와 철학과가 공동주관하는 이 행사는 '눈높이 철학'을 주창하는, 대구에서 가장오랜 개방형 철학 강좌. '철학의 대중화' '대중의 철학화'란 기치대로 일정한 연구방법도 대상도없는 철학의 강점, 곧 '그 무엇이든 철학의 연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전문·학술적 측면을 과감히 배제한 강의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정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미술, 음악등 예술분야와 문화 일반, 대중문화등 다양한 주제를 망라하지만 토론방식만큼은 철저히 철학적, 논리적 사고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매주 목요일 오후5시. 계명대 성서캠퍼스 바우어관 시청각실은 평균 1백여명의 학생, 교수, 일반인들이 어우러진 토론의 장(場)으로 변한다.

진행방식은 한시간 주제발표후 한시간 토론. 매학기말 다음 학기의 주제를 철학과 교수들이 논의해 결정하며 주제에 가장 부합하는 국내외 관련인사를 초빙, 세미나의 수준을 유지하는데 신경을기울이고 있다.

지난 20일 '동양철학에서 본 진보'를 주제로 강의한 계명대 철학과 홍원식 교수(39)는 "지난 80년10월의 첫 행사 이후 현재 291회의 세미나를 개최했다"며 "올해의 경우 지난해초부터의 기획주제인 '문화'를 그대로 연장해 대중들의 관심과 참여도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힌다.모두 9차례가 남아있는 올 1학기 세미나중 관심을 끄는 주제는 '사랑은 본능인가, 만들어지는가?'와 '또 하나의 한국', '사랑의 철학'등이다.

'사랑은…'은 주제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가진 두 연사가 논리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전개하며 참석자들을 자연스레 토론으로 이끌어내는 프로그램. '또 하나의…'는 연변대 조선문제연구소 여성연구원인 반창화씨가 연변 조선족 자치주를 남·북이 아닌 제3의 한국으로 파악,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가 중국땅에 뿌리내리고 사회주의와 접목돼가는 과정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또 '사랑의 철학'은 3백회 특집으로 '철학=사랑=역동적 삶'이란 전제에 입각, 사랑이 철학에서 갖는 중요한 의미를 되새겨보는 자리.

발제를 맡은 철학과 김용일 교수(40)는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개념의 하나인 사랑을 테마로 진리와 삶에 대한 내용을 다루게 될 것"이라 설명한다. 철학을 뜻하는 영어 'Philosophy'가 그리스어 'Philosophia'에서 유래하고 'Philo'가 '사랑하다, 좋아하다'란 의미의 접두어라는 사실과 무관치 않은 대목이다.

쉬운 주제일수록 일반인의 참여도도 높다. 지난해 4월 '성과 문화'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 '세계의가장 강한 지식-에로티시즘에 관한 철학적, 정치적 메모'에서는 연사로 나선 문화비평가 서동진씨가 게이의 인권옹호운동을 펼치고 있는 인사란 점이 크게 작용, 4백여명이 자리를 메우기도 했다. '우리 영화속에서의 우리 문화 읽기'등도 대중들의 호응을 받는 주제다.

격의없는 토론이 지속되다 보면 정연한 논리로 연사에 대해 열띤 비판을 가하는 골수(?) 토론자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 단골 참석자는 세미나에 자주 참석하다 아예 계명대 철학과에 학사편입하기도 했다는 후문.

'목요 철학세미나'는 최근 수성케이블방송에 고정 프로그램으로 나가고 있으며 PC통신의 철학 관련 코너와 학보에도 내용이 요약 게재되는등 대중속으로 철학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올 하반기엔 세미나 관련 학술서적 '인간과 문화'도 출간한다는 소식이다.

철학엔 세상살이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가장 근원적인 문제와 대결하려하는 새로운 마음가짐이깃들여 있는 법이다. 자연과 신(神), 역사와 인간, 인식의 문제에 관한 토론들을 통해 철학의 향기를 음미해보자.

〈金辰洙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