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1-정치권, 아직 정신못차렸나

지금이 어느 때라고 국회의원들이 골프 외유(外遊)로 흥청거리다니 한심하다 못해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

한보사태와 김현철비리의혹으로 정치권 부패가 지탄받고, 또 경제난조로 나라안이 온통 술렁대는이 판에 의원들이 조를 짜서 피감(被監)기관이 책정해준 예산으로 뇌물성 골프 여행을 즐기고 저녁에는 술자리로 흥청댔다니 이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국회 통신과학기술위소속인 신한국당 김종하(金鍾河), 박성범(朴成範), 김충일(金忠一)의원과 자민련 김선길(金善吉), 국민회의 조홍규(趙洪奎)의원은 통과위의 피감 기관인 한국통신이 마련해준 7천만원으로 미국 시애틀을 방문, 22일부터 3일 연속으로 유명 골프장을 라운딩하고 저녁에는 술판을 즐겼다한다.

지금까지의 국민정서로 보아 부유층이나 권력층의 골프외유는 결코 환영할만한 것이 아니었고 또환영받지도 못했다. 더구나 요즘같이 난제가 산적한 때에 문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의원들이 국민적 기대를 외면한채 '뇌물로 밖에 볼수 없는' 돈으로 골프를 치고 술자리를 벌였다니 이를 두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고나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들뿐 아니다. 임시국회 폐회후 행정위소속 5명, 농림해양수산위 4명, 통상산업위 4명등 30여명이 국회 예산으로 외유중이고보면 이들 모두가 요즘 우리 앞에 가로 놓인 '총체적 위기'를 해결키 위해 외국출장간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 그러나 우리는 의원들이 외국에 나가는 것을 무턱대고 나무라려고 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외유하고 또 골프를 치더라도 때와 장소를 가리고 받을 돈, 안 받을돈을 가리라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기업이 도산하고 국제수지 악화로 도처에서 비명이고 한편으론 정경유착으로 정치권 부패에 불신이 팽배하고 국가의 지도력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아 통치 구조에 위기가 초래된 이 판국에삼삼오오 외화낭비와 뇌물성 외유로 허송세월 해서야 되겠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제 정신 가진 사람이라면 외국에 있다가도 뛰어들어 와야할 이때에 뇌물받아 골프 치고 흥청댄다니 이런 사람들에게 국정을 맡겨 놓으니 나라꼴이 이 모양 아닌가 개탄스럽기만 하다. 문민 국회라고 겉모양만 번지레했지 15대 국회는 지난 여름에도 최고급 양주인 '루이 13세'를 쇼핑하는등호화 외유로 한바탕 물의를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골프 외유 소동이다. 결국 몇달이 지났지만 의원들의 '외유병'은 조금도 고쳐지지 않은만큼 이제 어떤 형태로든 명분없는 외유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회는 골프외유문제를 덮어넘길 것이 아니라 사건의 전말을 엄밀히 따져 한국통신이 책정한 골프예산이 뇌물로 판명되면 응당 의법처리 해야한다.

우리는 뇌물 받아 골프치러 다니는 의원들에게 '뇌물 문제로 얽혀 있는' 한보와 김현철의혹의 해결을 맡길 생각이 없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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