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 정보근회장 전격 사법처리키로

"'재수사 틀잡기' 강력 수사의지"

검찰이 27일 한보그룹 정태수(鄭泰守)총회장 일가의 재산을 압류키로 하는 한편 정총회장의 3남정보근(鄭譜根)회장을 전격 사법처리키로 한 것은 한보 사건을 국민의 감시아래 둠으로써 수사의투명성과 국민 신뢰를 되찾겠다는 검찰의 강력한 수사의지로 풀이된다.

정씨 부자를 모두 구속함으로써 그동안 정부와 검찰,정씨 일가 사이에 제기돼온 묵계 의혹을 불식하고 재산 압류와 환수 조치를 통해 '기업은 망해도 기업가는 망하지 않는다'는 악습을 뿌리뽑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심재륜(沈在淪) 대검 중수부장은 정씨 일가의 재산압류 조치를 발표하면서 "그간 검찰이수사상편의를 위해 정씨 일가의 재산을 보전해주고 미온적 처벌로 형 수감 이후 재기를 보장해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며 "이런 의혹들을 일거에 불식하기 위해 재산 동결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정보근씨 구속 방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같은 조치는 한보 1차수사 과정에서 강한 재기 의욕을 보이고 있는 정씨의 입을 열게하기 위해 아들과 재산을 미끼로 일종의 수사상 타협을 했다는 묵계의혹이 제기돼 검찰수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자성론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같은 의혹은 근거없는 것"이었다고 밝히면서도 굳이 '초강수'를 둔 것도 타협여지의 사전차단이라는 강한 수사의지를 뒷받침해준다.

특히 이번 조치가 새 수사팀이 진용을 갖춘 이후 3일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한보 재수사의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기 앞서 수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되찾고 국민신뢰를 회복함으로써 재수사의 안정적 기틀을 먼저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심중수부장은 이와관련, "정총회장의 재산압류와 아들 사법처리는 국민들에게 청량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이번 조치가 향후 한보를 둘러싼 금융권및 정·관계 수사를 앞둔 검찰의 강력한 수사 의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검찰이 정씨 재산 압류는 물론, 정보근회장의 사법처리 방침을 정하는데는 다소 고심한 흔적이엿보인다.

검찰은 그간의 관행을 들어 "부자를 함께 구속하는 것이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는 내부의 일부의견에 "천문학적 횡령규모와 정씨 일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 허탈감등을 고려해 구속수사로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이는 검찰이 앞으로 '법대로' 수사하겠다는 의지임과 동시에 그동안 재계의 대형비리 사건에서되풀이돼온 악덕기업주의 재기 관행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미다.

검찰이 압류키로 한 2천9백81억원 상당의 정씨 재산외에 나머지 은닉 재산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적을 벌이겠다고 밝힌 부분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검찰의 이같은 강경조치 이면에는 '노회한' 정씨에게 더이상 끌려다닐 수는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씨의 입만 바라보며 수사를 진행했던데서 탈피,전면전으로 대처하겠다는 뜻이다.한 관계자는 "정씨는 소위 '관을 봐야만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라고 운을 뗀뒤"절대로 끌려다니는 수사는 할 수 없으며 전면전을 펼치는 것만이 수사의 정도"라고 말했다.

검찰은 재산압류조치와 함께 정씨 일가에 4천3백27억원의 세금을 추징토록 하겠다고 밝혀 정씨는사실상 파산상태가 됐으며 아들을 통해 펴보려던 한보그룹 재기의 꿈도 철저히 봉쇄돼 버렸다고볼 수 있다.

검찰의 이날 조치는 한보재수사 향배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이 유력하다.

이번 조치는 검찰이 지난 21일 김현철씨 측근 박태중(朴泰重)씨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한보비리 전면 재수사에 착수한 이후 내놓은 사실상 첫 가시적인 조치다.

이번 조치의 성격이 타협제거, 투명성 확보, 엄벌 원칙에 입각해 있다고 볼때 앞으로 금융권, 관계, 정계로 이어질 한보 재수사과정에 엄청난 파급효과가 미칠 것으로 보이며 예상보다 사법처리수위가 훨씬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검찰이 정씨 부자를 구속하고 재산을 모두 압류함에 따라 사실상 자포자기상태에 빠진 정씨가 1차 수사때와는 달리 진술의 수위 조절없이 폭탄발언을 뱉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특히 지난 17일 한보사건 1차 공판때와는 달리 정씨가 정·관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폭탄 발언을 하게 된다면 향후 수사는 예측 불허의 상황에 접할 수도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