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덩치보다 몇배나 되는 자금을 내준 은행대출을 순수한 비즈니스로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에 특혜니 어쩌니하며 문제가 된게 아니겠어요"온나라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는 한보사태를 보는 박동진(朴東鎭)한국외교협회장(76.전 통일원장관)의진단이다.
박회장은 과거 하루빨리 나라의 후진성을 벗어나기 위해 정부와 국민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경제성장 지상주의로 매진할 때는 정부가 기업을 통제하고 감독하는 등 역할이 매우 컸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음을 적시, 여전히 기업에 대해 시시콜콜 간섭하면서 그같은 기조속에서 경제정책을 운용하는 정부의'관행적'자세를 경제난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동안 많은 경험을 축적했기 때문에 기업 스스로도 헤쳐나갈 능력이나 창의력도 있는'성인'이 됐다고 봅니다. 그런 관점으로 나라살림이나 한보문제에 접근했더라면 이같이 어려운 상황도어느정도 예방할 수 있었을 거라고봅니다"
"정치력 빈곤도 또하나 원인이지요. 이제와서 정부(행정부)의 실정만을 추궁할 게 아니라 입법부, 다시 말해 국회의원들에게도 책임이 있어요. 국민들로부터 위임된 고유의 국정감시.견제기능을 제대로 발휘했더라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겠어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나라 전체를 걱정하기보다는 당리당략에 매달리고 있음을 지적하는 어조는 서릿발같다.김영삼대통령이 현 시국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남은 임기동안 국정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 앉거나하야(下野)해야 한다는 일부 여론에 대해 박회장은 분명한 견해를 피력했다."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듯이 이 시점에서 우리가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통치의 공백'입니다. 현철씨의 비리가 확인되면 민심이반은 더욱 확산되겠지만 김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물러날 경우 국정혼란의 심각한 상황이 우려됩니다"
박회장은 이어 "단전으로 갑자기 방안이 어두워졌다고 비난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 어둠을 밝히기 위해 너도나도 촛불을 켜야 한다"면서 앞으로 정부는 내각을 중심으로 수렁에 빠진 시국을수습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하고, 국민들도 현재의 시련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나라의 장래를생각하는데 뜻과 지혜를 모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록 지도상에서 작은 나라지만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괄목할만한 경제발전을 이루었고 힘든과정을 겪으면서 민주주의의 토대를 마련한 우리나라를 지켜보는 나라는 참 많습니다. 현재의 이같은 어려움이 단순히 국내문제가 아니라 대외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관록의 외교전문가답게 박회장은 우리의 국제적 위상 실추도 염려했다.
박회장은 또"대통령 한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돼있는 폐단을 줄이고자 거론하는 게권력구조 개편론이겠지요. 현재 우리의 풍토는 윗사람에게 직언이나 충언을 하기가 참 어렵게 돼있어요. 그래서'인의 장막'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아니다, 안된다는 얘기를 소신껏 할수 있고이를 받아들이는 지도자의 시대적 감각과 자질이 절실히 요구됩니다"며 권력핵심부의 자성을 촉구했다. 〈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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