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속의 과학-타임머신

SF영화에 등장하는 기계장치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것은 타임머신이다. 타임머신을 통해 '낯선시대'가 주는 진기함을 즐길수도 있고 돌이키고 싶은 과거로 돌아가 인생의 상처를 치유할 수도있다. 타임머신은 궁금했던 미래의 자화상조차 훔쳐볼수 있도록 하는 기계다.

타임머신을 다룬 SF영화이면서 현대의 신화로 불리는 '터미네이터'는 1997년 컴퓨터 스카이넷에의해 핵전쟁이 발발한 뒤 스카이넷을 우두머리로 하는 기계들과 '존 코너'를 지도자로 한 인간저항군의 오랜 싸움으로 시작된다.

2029년 인간 저항군들이 승리할 상황에 놓이게 되자 스카이넷은 존 코너가 태어나지 못하도록 타임머신을 타고 1984년으로 터미네이터를 보내 존의 어머니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 역)를 죽이려한다. 여기에 맞서 존 코너는 부하 '카일 리스'(마이클 역)를 보내 어머니를 보호하게 한다. 그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영화가 끝나는 마지막 장면까지 계속되고 사라 코너는 그를 보호하기위해 자신의 아들이 보낸 카일을 사랑하게 되어 아들 '존 코너'를 임신하게 된다.재미있는 것은 카일이 2029년 존 코너가 보여준 사라 사진에 반해 사라를 보호하는 작전에 자원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 사진은 1984년 사라가 니카라과로 가는 길에 주유소에서 찍은 것이다. 결국 카일은 사라가 죽은 후에 사라에게 반한 셈이다. 그들의 사랑은 미래에서 싹 터 과거에서 실현되고 다시 미래로 이어진다.

이렇듯 영화는 미래와 과거가 교묘히 엇물려 인과율의 법칙을 한껏 조롱한다. 시간은 과거에서미래로 흐른다는 상식에 사로잡힌 우리는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당황한다. 존 코너가 세상에태어나려면 미래가 현재보다 먼저 일어났어야 한다. 그의 아버지 카일은 존보다 늦게 태어나 그의 부하가 되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 그의 아버지가 된다. 과거는 미래없이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를 위해 미래가 이미 발생했다면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뜻일까. 영화는 우리에게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시간여행을 다루는 대부분의 영화는 과거에 개입하여 상황을 바꿈으로써 전혀 다른 미래를 새롭게 맞이 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시간여행은 미래는 이미 예정되어 있다는 운명론적 세계관을 부정한다. 과거의 사소한 사건 하나가 미래를 전혀 다르게 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시간여행을 다룬 수많은 영화를통해 '열린 미래'를 체험하게 된다.

정재승(25·KAIST물리학과 박사과정·신경물리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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