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찬을 겸해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영수회담은 혼돈의 시국상황이 반영된듯 충돌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날 김영삼대통령과 여야대표들은 각당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경제살리기대책기구를 발족하는등 경제살리기를 위한 여야의 초당적 협력문제에 의견을 같이하고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청와대는 1일 영수회담이 난마처럼 얽힌 정국을 풀어나가는 계기가 될것으로 기대하면서 여야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날 회담이 외형상 당면한 경제난 극복을 위한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라고는 하지만 성사 자체에 큰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또 청와대는 노동법개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지난 1월의 영수회담후 김종필총재가 김대통령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태도에 크게 반발했던 점을 들어 예전과 달리 회담내용 뿐아니라 형식에도 부쩍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특히 청와대는 김대통령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보다 주로 야당총재들의 얘기를 듣는 쪽으로 모양새를 갖춰나가는 것으로 회담전부터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또한 청와대가 회담개최를 통한 분위기조성에 무게를 두고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정국을 '해빙'의 새 기류로 몰고가려는 정치적 계산으로 보여진다.
청와대는 회담전 김종필총재가 공식제기할 내각제 개헌문제를 최대의 복병으로 꼽으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예상대로 김대통령은 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해 '불가'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김종필총재가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며 완곡하게 거부하는 형식을 취했다. 청와대는김종필총재의 주장에 계속 침묵으로 일관할 경우 오히려 내각제 추진 의도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차제에 김대통령이 분명히 해둔게 바람직했다는 시각이다.
또 청와대는 이번 회담에서 DJP차별화를 통한 야권공조 분쇄의 효과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 내각제 문제에 쐐기를 박음으로써 이 문제를 둘러싸고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김대중-김종필총재간의 밀월관계를 어느정도 차단할 수 있다고 보는 판단에서다.
청와대측의 의도대로 이번 회담을 계기로 경색된 여야관계가 다소나마 풀리고 정국의 돌파구가마련될지는 두고봐야 겠지만 일단 한보사태와 현철씨의 국정개입 의혹등으로 코너에 몰린 김대통령으로서는 '위기 탈출'의 발판으로 삼을수 있을 것은 분명해진 것으로 풀이된다.○…신한국당은 이날 아침부터 여야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감으로 출발했다.
당직자회의에 앞서 이회창대표는 "모든게 타이밍이 있고 마음이 자연스럽게 모아지고 있다"면서"오늘은 잘되지 않겠어요"라며 희망섞인 표정을 지었다.
박관용사무총장도 "권력다툼이 다시 나오면 국민들이 용서하지않을것이기때문에 잘 될 것"이라고말한뒤 "정국을 바꿔놓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중위정책위의장도 "여야영수간의합의정신으로 간다면 정국이 잘 풀릴것"이라고 회담결과를 낙관했다.
이날 대표취임이후 첫 영수회담에 나서는 이회창대표는 사뭇 들뜬 표정을 지었다. 이미 이대표는며칠전부터 영수회담에서 제시할 당의 입장을 조율하는등 긴장감을 늦추지않았다.이대표가 언급한 내용의 골자는 한마디로 "여야가 당분간 정쟁을 중단하고 경제회생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조하자"는 것이다. 특히 한보사태와 김현철씨문제는 국회국정조사와 검찰수사에 맡겨순리대로 처리하도록 하되 정치권은 나라를 살리는 방안마련에 집중할 것을 주장했다. 노, 사, 정비상시국협력선언채택동참도 호소했다.
○…국민회의 김대중총재는 이날 회담에서 지난 달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경제회생책을 건의하고경제회생에 여야가 초당적인 협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총재는 특히 당면한 경제난극복을 위해 여야가 지혜를 모아야된다고 강조하면서 정부와 여야정당이 함께 참여하는 경제위기대책기구구성과 노사협력체제수립, 중소기업의 자금지원강화, 은행의자율성보장과 사기앙양, 소비절약 및 저축국민운동, 물가관리심의위원회구성등 8개항의 경제회생책을 전달했다. 김총재는 이날 회담에서 이번회담의 주의제가 경제살리기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물론 한보와 김현철씨처리문제에 대해 "경제회생과 별도로 한보사건과 김현철씨문제는 검찰조사와 국회에서 진상이 확실히 밝혀져야 경제회생의 발판이 된다"는 원칙론을 개진했다. 김총재의이같은 대응은 김대통령의 체면을 적절히 세워주겠다는 자세로 풀이된다.
황장엽리스트에 대해서도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되 어떤 경우에도 국내정치에 악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힌 김총재는 자민련 김총재가 언급한 내각제개헌문제에 대해서는 공조관계를 의식, 별다른 언급을 하지않았다.
○…영수회담에 앞서 소집된 간부회의에서 내각제 개헌 문제 제기방식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비상경제회의'구성과 향후 운영방안등을 최종점검했던 자민련 김종필총재는 이날 "영수회담에 가서 김영삼대통령과 여당대표, 그리고 제 2당 총재에게 내각제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각제는 국민이 진정 무엇을 바라는지 사심없이 현시국을 판단하고 대승적 해탈을 바탕으로 과욕을 버린다는 생각이 없으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갈릴레오의 말처럼 내각제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김총재는 경제해결에는 상당한 시일이 요구된다는 점을 전제로 정국 안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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