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재근의 세상읽기-불황은 내탓

기대할 것이 있어야 살 맛이 나는 법이다. 오늘보다 내일 더 잘 살수 있다는 확신이 서야 살 맛이 나는 법이다. 그러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앞날이 걱정스럽다고 백성들이 한숨을 짓고 있다.

원화 환율의 급등, 경상수지 적자, 1천1백억달러의 외채 등등이 우리를 궁지로 몰아 넣는 중이다.근로의욕의 감소, 고임금 저기술의 악순환, 물가불안 등등이 우리를 궁색하게 하고 있는 중이다.이러한 와중인데도 과소비 풍조가 기승을 떨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는 우리 모두 정신 차리지 못하고 산다는 증세이다.

물 속을 들여다 보려면 수면 위의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실속 있게 살자면먼저 저마다 알뜰히 살려는 정신이 가다듬어져 있어야 한다.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모두가슴에 손을 얹고 알뜰히 살고 있는지 우리 모두 자문해 보기로 하자. 그리고 우리 모두 인생의거품을 걷어내고 검소하고 겸허한 마음가짐을 다짐하기로 하자. 이렇게 하지 않고서 경제를 회생시키자고 아무리 외쳐본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되고 만다.

돈만 있다고 잘 사는 것은 아니다. 돈 좀 있다고 겁없이 사는 꼴은 보기 딱한 졸부 짓거리이다.제대로 잘 산다는 것은 돈 문제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마치 돈이 인생의 전부인양 생존의 가치를 외곬으로 몰아왔다. 이런 세태가 정신 못차려 추하게 된 세상을 몰고 왔다.

세상을 추하게 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이지 치자(治者)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나라를 경영하는 당사자들에게 무거운 책임이 있겠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추하다면 그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으므로 네 탓 내 탓 할 것 없다.

세태를 보면 건방떠는 풍각쟁이 꼬락서니로 꽉 차 볼품없이 경망스럽게 사는 편이다. 믿음직한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고 마치 허공을 떠도는 비누거품처럼 너도나도 먹고 놀자는 듯이 온 세상을노들강변인양 흥청거려왔다. 빚을 내서라도 허세를 부리고 허풍을 떨면서 큰 소리를 쳐야 굵게사는 것이라고 호언장담해 왔다. 이런 거품 인생을 지금 당장 부끄럽게 뉘우치는 분위기로 몰아간다면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저력이 다시 분출될 수 있다.

못살다가 좀 잘살게되자 겁날 것이 없다는 만용이 우리를 어리석게 했다. 지금 우리가 연출하고있는 거품 인생이 그런 만용이다. 이는 달려오는 수레를 막겠다고 길 복판에 나선 사마귀의 만용과 다를바 없다. 그런 사마귀는 바퀴에 깔려 죽고 만다.

지금 겪고 있는 경제불황을 경제적으로만 풀수 있다고 보면 안된다. 우리의 헤퍼진 정신을 추슬러 가다듬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 배불리 잘 살아보자던 새마을운동이 아니라 정신차려 제대로잘 살아보자는 새마음운동을 일으켰으면 한다.

우리모두 제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잘 살자는 새마음운동을 실천한다면 그순간부터 거품 인생은걷히고 불황의 벽을 돌파하는 저력을 발휘해 살맛나는 세상을 다시 누릴 수 있다. 경제 불황이걸림돌이 아니다. 정신못차린 우리자신이 불황의 주범이다. 〈한양대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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