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씨 반대신문 왜 연기했나

한보 특혜비리사건 2차공판은 핵심 피고인인 정태수(鄭泰守) 한보그룹 총회장의 변호인 반대신문이 다음 공판으로 미뤄져 다소 싱겁게 끝났다.

이번 공판은 정총회장이 한보사건 재수사 이후 3남 보근씨 구속과 전재산 압류등 최악의 상황에몰려 수사 당시 밝히지 않은 새로운 내용을 폭로할지 여부로 관심이 모아졌었다.변호인측은 신문준비 부족을 연기요청 사유로 밝혔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의 한보 재수사와 국회의 국정조사를 염두에 둔 시간벌기 전략으로 재판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즉, 검찰이 재수사를 하면서 정씨 일가에 대한 압박이 거세졌고 국정조사 또한 진행중이어서 정씨가 재판 과정에서 어디까지 사실을 밝힐 지를 놓고 손익 계산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특히 이날 재수사 결과를 토대로 정씨에 대해 추가로 공소를 제기할 것인지에 대한 손지열(孫智烈) 재판장의 질문에 검찰도 아직 미정이라고 답변, 정씨가 재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생각을 바꿀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와함께 회사공금 3백70억8천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28일 구속된 보근씨는 기소될 경우 재판부의 판단 여하에 따라 부자가 함께 법정에 서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관심거리다.이날 공판에서는 정씨를 제외한 수뢰정치인과 전직 은행장, 전한보그룹 재정본부장 김종국(金鍾國)피고인등 모두 9명의 피고인들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이 모두 마무리됐 다.이들 피고인은 대부분 정태수 총회장으로부터 대출 등 부탁과 함께 돈을 받은사실은 시인했으나"정총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은 대가성이 없는 정치자금이었다"며 뇌물성은 부인했다.수사당시 '깃털론'을 제기해 관심을 모았던 홍인길의원은 첫공판 당시 '실세가 아님을 농담조로설명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데 이어 이날도 "국가기간산업을 지원하다 중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이를 한이헌.이석채 경제수석들에게 말한것뿐"이라고만 밝혀 '몸체'에 대한 언급을일체 하지 않았다.

황병태(黃秉泰)의원은 "정총회장으로부터 받은 2억원은 지구당활동 후원금조로 받은 것이고 실제로 예천전문대 설립 지원금으로 썼다"고 해명했고 권노갑(權魯甲)의원도 "정총회장과 정재철(鄭在哲)의원으로부터 2억5천만원을 받은 것은 순수한 정치자금으로 받은 것일뿐 직무관련 청탁금으로받은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우석(金佑錫) 전장관도 같은 취지로 주장했으며 신광식(申光湜).이철수(李喆洙) 전 제일은행장등도 우찬목(禹贊穆) 전 조흥은행장 한보에 대한 대출이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점, 철강산업 미래에대한 낙관, 기존 대출에 대한 담보확보 목적 등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청탁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통상적인 뇌물사건 재판과정이나 판례등으로 미뤄볼때 정상참작에는 다소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이들 피고인이 받은 돈의 뇌물성이나 대가성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라는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변호인들도 이를 의식, 이날 재판에서 사실관계를 다루기보다는 수뢰당시 정치자금이 필요한 시기였다거나 자식의 사망, 질병 등으로 어려운 처지였음을 강조하며 정상론을 펴는데 주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따라 이번 재판에 대한 윤곽은 2차례 공판으로 이미 드러난 셈이며 오는 3차공판에서의 정태수 총회장의 진술 내용에 다시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