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거태풍, 아시아 몸살

아시아 각국에 '선거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올해말과 내년말에 지방선거와 총선을 잇따라 치러야하는 캄보디아는 권력투쟁에 따른 유혈사태로 또다시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위기에 처해있다. 오는 5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인도네시아도 폭력사태로 정정(政情)이 불안하다. 필리핀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피델 라모스 현 대통령의 연임에 대한 찬반논쟁으로 분열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아시아 각국의선거 정국을 점검해본다.

내전의 피로 얼룩졌던 '살육의 땅' 캄보디아는 지난달 30일 야당 크메르민족당(KNP) 당수 삼 라인시에 대한 수류탄 공격 등 정치 테러로 민주적인 선거 실시가 어려워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높아지고 있다.

최소한 16명이 사망하는 등 1백35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폭탄테러는 반정부시위를 주도한 라인시를 암살하고 그의 추종자들에 대한 위협 목적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테러로 무릎을다친 라인시는 훈센 제2총리가 이끄는 공산계 캄보디아 인민당(CPP)측이 이같은 만행을 저질렀다며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지난달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의 아들인 라나리드 제1총리의 푼신펙(민족연합전선)과 동맹을 결성,훈센총리와 맞서고 있는 그는 사법기구도 훈센과 결탁, 민주화 세력의 정치활동을 막고 있다고비판하고 있다.

이들과 대항하고 있는 친(親) 베트남계의 훈센총리는 군부 및 경찰조직을 사실상 장악하고 시아누크 국왕에게 정치 중립을 요구하며 야당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

이같은 권력투쟁으로 지난 2월에도 양측 군사간에 유혈충돌사태가 발생하는등 선거를 앞둔 캄보디아 정국은 또다시 평화와 내전의 갈림길에 서있다.

인도네시아는 오는 5월 29일 총선을 앞두고 집권 골카르당과 야당 지지자들사이에 폭력사태가 잇따르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0년동안 장기집권해온 수하르토 대통령 정부가 야당지도자 메가와티와 그의 추종자들의 총선 출마 금지 조치를 내려 대규모 소요사태가 우려된다.

인도네시아 국부 고(故)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의 딸로 지난해 정부와 군부의 정치공작으로 야당인 인도네시아 민주당(PDI) 당수직을 강제로 박탈당한 메가와티는 정부가 이번 선거를 불법적으로 조작하고 있다고 항의하고 있다.수하르토의 자녀와 친척들이 대거 후보 명단에 오른 것은 완전히 불법이며, 자신의 총선 출마 금지는 내년 3월 대선 출마를 사전에 저지하기 위한 음모라는것.

지난해 8월 당국에 의해 해체된 인민 민주당(PDP)을 비롯한 재야세력들도 유권자들이 불법선거에 참여하지 말도록 선거보이코트운동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국가 전복죄를 적용, 반정부 세력들을 구금하고 있는 보안당국은 유혈사태없이 총선유세를 무사히 치르기 위해 수도 자카르타 일원에 군경 1만 병력을 투입하고 장갑차, 탱크, 헬기등도 지원키로 했다.

내년 5월 임기를 마치는 피델 라모스 필리핀 대통령의 연임을 위한 헌법 개정문제는 필리핀 정국을 분열시키고 있는 최대 현안이다.

지난 86년 '국민 봉기'에 의해 마르코스대통령의 독재체제가 붕괴된후 이듬해 대통령 6년 단임제로 개정된 필리핀 헌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지난해말부터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청원에 필요한 5백만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라모스대통령이 이룩한 고도경제성장과사회안정을 지속시키기 위해 그의 연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같은 헌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야당과 가톨릭교회는 마르코스 독재체제를 붕괴시킨 '피플 파워'를 모독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집권연장을 위한 헌법개정 서명운동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같은 연임논의에 대해 정작 라모스 대통령은 "6년 단임으로 충분하다"고밝히면서도 내심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듯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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