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교육개혁

내게는 한참 말썽꾸러기 초등학교 4학년 조카가 있다. 몇년전 학교에서 구구단을 외우게 할 때,이 애가 통 구구단을 외우지 않아 산수 성적이 너무 엉망이어서 보다 못한 제 엄마가 비상작전을썼다. 방에 가둬 놓고 구구단을 다 외울때까지 문을 열어 주지 않은 것이다. 울다 지쳐서 결국 아이는 제 엄마의 폭거에 항복, 구구단을 다 외웠다. 아이가 구구단을 외우지 않는 이유는 계산기가있는데 왜 구구단을 쓸데없이 외워야 하는지 까닭을 설명하라는 거였다. 받아쓰기도 마찬가지다.컴퓨터로 쓰면 잘 되는데 왜 늘 철자를 맞게 써라, 글자를 반듯하게 써라 성화인지, 엄마는 엉터리라는게 조카의 이유있는 항변이다. 갈수록 부모노릇이 어렵다는 푸념이 내 동생의 입에서 저절로 나올만하게 된 것이다.

조카는 과외도 한다. 그 내용을 볼라치면 지난해까지는 수영, 피아노, 태권도, 미술학원에 다녔다.외우는 내가 다 숨이 가쁠 지경이다.

올들어서는 컴퓨터, 글짓기와 사고력을 기른답시고 바둑을 배우고 성적이 오르지 않자 곰처럼 무딘 내 동생도 드디어 종합학원까지 아이를 내 몬다. 가여운 내조카.

우리나라는 목적세인 교육세를 거두면서 아직도 학교에서 수영도, 피아노도, 태권도도, 컴퓨터도,바둑도 못가르치고 학교 마치고 와서 가정에서 집안일 도우며 가정교육 받아야 할 시간에 배우러다니게 할까? 마침 뉴스가 교육개혁위원회에서 과외 전면 허용을 검토 중이라길래 우문을 던져본다. 조카가 둘씩이나 되는데 내 동생은 교육개혁 덕분에 앞으로 과외비 마련하는데 무척이나 고생하게 생겼다. 교육개혁, 내일로 가는 마차?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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