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야 청문회장 추태

7일 정태수한보총회장에 대한 첫 청문회에서는 사건의 본질을 캐내려는 노력보다 상대 정당의 흠집내기를 위한 치고 받기로 금쪽같은 시간을 허송하는 안타까운 장면을 연출했다.이날 청문회는 시작 전부터 정태수리스트에 포함된 국민회의 김원길의원의 자격문제로 개회가 지연됐다. 신한국당 위원들은 국민회의 김원길의원의 자격문제를 숙의하느라 회의장 진입자체가 20분 정도 늦었다.

그러나 회의에서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다만 이신범의원 정도가 정태수증인을 향해 "김대중국민회의총재와 김종필자민련총재에게 돈을 준 적이 있느냐"는 식의 사건본질과 상관없는 질문을던진 정도다. 여권핵심의 어려운 입장을 흐리게 하려는 명백한 '물타기'식 신문이었지만 야당은평소 이의원이 신한국당의 대야(對野) 공격수 노릇을 해왔음인지 별다른 대꾸를 않았다.그러나 사단은 오후회의 속개 직후 벌어졌다. 신한국당 간사인 박헌기의원은 오전내내 조용하던자세를 돌변, "야당 특위위원 가운데 제척사유에 해당되는 의원은 스스로 회피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야당은 일제히 쑤셔놓은 벌집이 됐다. 국민회의 이상수의원은 "특위를 하자는 거냐, 깨자는 거냐.김의원은 후원금명목으로 적법적으로 받았을 뿐"이라고 반발했다. 국민회의 김민석의원도 나섰다.여당의원들을 김현철인맥이라고 꼬집는 등 맹공을 퍼부었다. "재야출신의 이신범의원이 현철계로공천을 받았고 현철씨에 대해 찬사를 늘어 놓았다는 이사철의원은 현철씨의 고교(경복고)선배로공천을 받았다"는 반격이었다. 회의장은 난장판 일보직전까지 갔다.

이신범의원은 동료의원의 인격을 손상시키는 것이라며 발언취소하지 않으면 특위위원직을 사퇴할것이라고 격앙했다. 이사철의원도 "현철씨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현철씨 문제를 거론하려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야의원들의 행동이 점점 청문회의 본질을 벗어나자 현경대위원장은 "청문회는 위원과 피조사기관 간의 관계"임을 상기시키고는 "서로 말꼬리만 잡으면 청문회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없다"고훈계, 여야의 추태경쟁은 가까스로 마무리됐다. 이 시간동안 정태수증인은 눈을 지그시 감은 듯한특유의 표정으로 느긋하게 '강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었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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