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외국인 노동자의 죽음

7일 오후2시 경북대병원. 한 외국인 노동자의 사체 부검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네팔인 룩 바하룰사루씨(31). 지난 4일 아침 회사 기숙사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95년4월 산업연수생으로 달성군 한섬유업체에 산업연수생으로 온지 꼭2년만의 죽음이다.

고향에서는 약사로 비교적 엘리트였지만 그가 맡은 일은 원단 운반. 딸 셋과 아들 하나를 두고양친부모까지 있는 사루는 몸을 돌보지 않고 일했다. 산업연수생들의 월급은 대개 40만원 정도지만 사루는 60만원 넘게 받았다. 그만큼 잔업을 많이 했다는 뜻.

한때 권투선수까지 했다는 그에게도 쌓이는 피로와 작업장의 먼지는 이겨내기 힘든 것이었다. 1년만에 몸에 이상이 왔다. 과로로 간에 무리가 왔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러나 사루의 잔업은 줄지않았다. 주위 친구들은"2년동안 하루 평균 12시간은 일했으니 쓰러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안타까워 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관행이 정착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네팔의 가족들이 받게되는 보상금은 송출회사에서 가입한 생명보험금 몇 푼뿐. 소식을 들은 대구인권위원회, 대구노동상담소 등 외국인 노동자 관련단체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외국인노동상담소 김경태목사는"부검결과 간질환 외에도 진폐, 장기출혈 등 사인에 몇가지 의문점이 나타났다"며 "사인을 밝힌후 산업재해 처리 등 적절한 보상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후처리는 경찰과 노동행정 당국의 몫이겠지만 네팔의 가족친지들에게 '성공의 땅 한국'이 어떻게 비칠지 걱정스럽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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