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주변에는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일들이 너무 많은 것같다. 경부고속도로를 처음 개통했을 때견고한 분리대시설 대신 나무를 심어놓더니 어느새 나무를 다 캐내고 분리대시공을 다시 하는 걸보고 개탄한 적이 있다. 대역사(大役事)를 하면서 선진외국의 고속도로 견학을 부지기수로 했을터인데, 처음부터 안 될일인 나무를 심는 것부터가 불가사의하게 느껴졌던 것이다.그런데 그같은 이해못할 일들이 요즘 부쩍 더 많아졌으니 한심스럽다. 왕복6차선도로를 시원스레완공하더니 돌아서서 고가도로 건설을 하면서 파헤치고 장기간의 공사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행정낭비'니 하는 개탄에 앞서 세상엔 불가사의한 일이 너무 많구나 싶은 것이다.음주단속이다 뭐다하는 것도 어느 한 날을 잡아 '일제히'해야 직성이 풀리는지 모르겠다. 주정차단속도 하는 곳만하고 상습주정차금지구역의 불법은 못본척 지나간다. 준법정신이 부족한 시민들을 물론 탓해야하지만, 제재를 가해야 할 때는 어김없어야 한다. 시민들로부터 법집행을 위임받은공무원이 계도와 함께 철저한 근무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
지나친 전시행정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두드러진 현상의 하나가 자치단체장(長)의 전시행정이 너무 지나치다는점이다. 다음 선거에 떨어져도 좋으니 지역발전을 위해 뭔가 한두가지는 꼭 이루겠다는 목표도의지도 보기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심한 말로 시장.구청장.도지사.군수가 쇼하러 다니는건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들린다. 테이프 끊고 얼굴내밀고 스피치하는 것도 때에 따라선 중요하겠지만, 치밀한 구상과 이에 수반하는 실천을 위해 온몸을 던지는 것 같지가 않다는 지적이다. 이것도 불가사의하게 여겨진다. 왜냐하면 입후보→당선과정에서 보인 뚜렷한 행정목표.결연한 의지가 어느새 사라지고 자신의 성취에만 몰두하고 있는 인상을 풍기고 있으니 말이다.
교육만은 제자리걸음
또 하나 불가사의한 것은 그 숱한 '개혁'에도 불구하고 교육은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다. 대학입시제도의 변화 이외 뚜렷이 내세울 것이 없다.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을 두고만 볼 수 없다고 분개하면서도 이른바 지도층(Opinion Leader)은 제자식 과외공부가르치기에 여념이 없다. 초등교 미취학 어린이의 인성개발과 공동체훈련을 목적으로 한 유아원같은 곳에 보내려해도 한달 15만원이다. 고교생들의 과외비가 월30만~1백50만원 든다니까 이를 어쩔것인가.
가진자들의 뼈를 깎는 반성과 나라의 장래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분위기조성이 시급한데도 모두남의 일처럼 여기니 불가사의한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다. 과연 누가 고액과외를 시키고 유학간자녀에게 귀중한 달러를 펑펑 보내고 있는가.
일류를 자랑하는 신문들도 불가사의하다. 일주일에 몇번은 해외여행.레저.패션.소비재를 주제로 한기사로 지면을 뒤덮고 있다. '안 보면 그만'이 아니다. 발 닿을 곳 모르게 추락하고 있는 나라경제는 어떡하라는 것인지…. 물론 다양성의 사회에 너무 지나친 지적이라고 할지 모르나 숨을 내쉬어야 할 때가 있고 숨을 죽여야 할 때가 있듯이 지금은 자중(自重)의 시대란 점을 강조하고 싶을 따름이다.
운영의 妙부터 살려야
또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지만, 내각제다, 대통령중심제다 하는 논란도 불가사의하다. 현행 헌법에명시된 대통령중심제의 재임기간과 단임제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보완하자는 논의가 순서일텐데,국가권력체계를 뒤엎는 논리와 개헌불가 목소리만 나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란 얘기다. '대선자금'이란 것도 마찬가지다. 92년 대선에 나왔던 사람 모두가 선거자금의 총액과 조달방법을 부끄럽지만 몽땅 밝히고 '맑은 정치'를 위한 미래설계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여당만 부정한 돈을 긁어모았고 야당은 백옥처럼 깨끗한 양 하는 모습이 불가사의하기 짝이없다. 불가사의한 일들이 사라지기를 꽃피는 계절에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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