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보청문회-특위 위원사퇴 소동

"잘안되는 판에 돌출변수"

한보청문회가 초반부터 비틀거리고 있다. 신한국당내에서부터 내분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보국조특위소속 이신범의원이 10일 당 기자실에 찾아와 사퇴의사를 밝혔고 김재천의원이 현경대특위위원장에게 사퇴의 뜻을 전달했다.

게다가 특위위원중 적지 않은 수가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어 파문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여당은 아니지만 '정태수리스트'에 오른 국민회의 김원길의원도 당지도부에 사퇴의사를 표명했다.여당내 사퇴의원들의 외형상 이유를 보면 이의원은 청문회 활동의 한계를 들었고 김의원은 일신상의 문제를 꼽았다. 그러나 정치권 주변에서는 좀 다른 시각이다. 이의원은 당지도부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되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사퇴의 변에서 "이번 청문회는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검찰의 수사가 끝나고대통령이 퇴임한 뒤 했어야 했다"며 청문회개최 자체를 회의적으로 봤다.

그는 "김현철씨의 2천억원 리베이트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규명하려 노력한 것을 특정인 편들기로몰아 세우는데도 당에선 아무런 뒷받침도 해주지 않았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이어 더 나아가 "검찰 일부와 당지도부가 청문회를 은근히 즐기고 있는 것 같다"며 이회창대표를겨냥한 뒤 "민주계는 다른 사람을 (대선후보로) 모색할 수 있다"고 원색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물론 정가에서는 이의원이 현철씨 사수와 야당공격 전위역할 등을 통해 여론의 지탄을 받자 발을뺐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실제로 그는 청문회전부터 "현철씨 2천억원 리베이트설이 사실이 아님을 밝히겠다"고 의욕을 다져 빈축을 샀다.

정가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의원의 언급이 이대표에게 마음을 주지 못하고있는 민주계 다수의정서를 대변하고 있기때문에 자칫 이대표측과 민주계의 전면갈등 양상으로 비화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요즘 김덕룡의원의 소환과 최형우고문의 자금수수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민주계가 다시 바쁘다. 지난 9일 김덕룡, 서석재, 김정수의원 등 민주계중진 3인방이 긴급회동을 갖고 민주계 말살에 대한 정치적 음모론에 제기했다.

또 11일에는 3선이상 중진모임, 12일에는 민주계의원 전체모임, 15일에는 공동사무실 개소 및 범계보단일조직 발족식 등을 가질 계획이다.

이에 대해 당지도부는 매우 곤혹스런 표정들이다. 청문회 무용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마당에사퇴가 잇따르자 청문회활동 지속자체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정치권의 불신은고조될 수 밖에 없고 또 정국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한 당직자는 "지금 특위를계속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사퇴의원들의 돌출행동을 못마땅해 했다.이와 관련 박관용사무총장은 11일 "사퇴의원들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이를 만류할 생각"이라고말했다. 박희태원내총무도 "배가 강을 건너고 있는데 뛰어내릴 수가 있느냐"고 반문하고 "이들로인해 청문회제도 및 운영상에 문제가 부각된 면도 있다"면서 "이들이 그만 둔다고 해결될 일이아니다"며 교체가능성을 일축했다.

한편 이대표측은 이신범의원의 직격탄에 대해 "우리가 이 상황에 한보청문회와 검찰수사를 지켜보는 것이외에 무슨 행동을 할 수 있느냐"며 다소 황당해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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