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통일유감

"통일이 되면 지금보다 경제도 어려워지고 혼란만 생길 테니까, 난 통일 안되는 것이 차라리 더나을 것 같아" 대구에 내려온지 얼마되지 않았을 무렵, 학교에서 돌아온 큰아이가 느닷없이 던진말이다. 무슨 소리냐고 물으니 자기 반 친구들이 다 그렇게 이야기한다는 것이었다. 순간 낭패감마저 들었던 필자에게 문득 언젠가 "자네는 북쪽 출신이니까 통일문제에 관심 있는지 몰라도 우리는 통일이 돼봤자 득이 되기보다는 귀찮고 성가실 뿐"이라고 술 젖은 목소리로 내뱉듯 말문을가로막던 서울 사는 외가 어른 목소리가 겹쳐왔다. 외가가 대구인 필자가 이때처럼 혼란을 느꼈던 적은 아마도 없었던 것 같다.

이것이 통일을 대하는 우리의 지역 정서를 단적으로 나타낸다면 필자의 단견일까? 통일은 이제더 이상 먼 훗날의 일이 아닌 당장의 현실로 이미 우리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북한이 처한 경제실상은 차마 일설로 표현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른 것 같다. 국내외 언론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북한의 처참한 실정은 김일성 부자와 북한지도층의 무능에 대한 분노조차 잊게할 정도로 절박하게 우리의 가슴을 저며온다.

통일문제에 접근하는 우리의 기본 인식은 더이상 합리성에 바탕을 둔 선택적 사고가 아닌 당위적민족사적 사명감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이러한 기본 인식하에 세가지 이질성을 극복하는 것이무엇보다 시급하다. 문화적 이질성과 정치체제 및 경제체제의 이질성이 그것이다. 그리고 정치와경제체제의 이질성 극복은 냉철한 이성적 판단 위에 추진해야 하겠지만, 문화적 이질성만은 뜨거운 사랑의 감정을 바탕으로 극복해야 한다. 전자가 정부 주도적으로 해결할 과제라면, 우리 대경인이 맡아야 할 몫은 후자인 남북간 문화적 이질성 극복을 위한 민족애의 발양이 아닐까?백권호

〈계명대교수·중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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